절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아름다움이 있다.
언 땅을 가르며 돋아나는 강인한 생명의 계절 봄,
찌는 더위 속 가끔 불어 주는 시원한 솔바람이 있는 여름
들국화 향기가 그윽한 가을과 도란도란 이야기가 정겨운 겨울...
우리네 인생은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 속에 흘러가고 있다.
인생이란 두 음절을 떠올리면 가슴 한 구석 잔잔한 노을빛이 떠오르고
그리고 앞으로 잘 살아야지 하는 마음 뒷전엔 빛 바랜 추억이 애잔하다.

그  추억 속엔 나를 철들게 했던 달팽이 같은 사랑 이야기가 있다.
아주 어릴적 동네 아이들과 장난삼아 따라다니던 거지 귀동이 아저씨가 있었다. 이동네 저동네 동냥을 하러 다니던 귀동이 아저씨를 우리들은 돌멩이로 던지고 조롱하면서 몹시 괴롭혔다. 우리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당신의 몸이 멍이 들망정 동냥그릇은 어찌나 소중하게 다루던지...
그날 이후 우리 철부지들은 절대로 그분을 거지 취급 하지 않고, 맛있는 것이 있으면 서로 모아 귀동이 아저씨 동냥그릇에 넣어 드렸다.
남들에게 온갖 곤욕을 치루면서 얻은 동냥밥으로 동료 거지들을 먹이며 돌보셨던 귀동이 아저씨를 만나게 된 것이야 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꽃동네 입구를 들어서면 귀동이 아저씨가 한결같이 서 계시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을 했던 그 모습 내면엔 맑은 이슬처럼 깨끗한 영혼이 있었던 것을... 어린시절 만난 귀동이 아저씨를 통해 남을 돕고 산다는 것은 가진 것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십 중반의 여정을 살면서 남을 위한 헌신적인 사랑도 있지만 몸과 마음을 다하여 충성할 나라가 있고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길 염원했었다. 그러던 차 충북지방병무청 병무행정발전 시민참여위원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고, 병무행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젊은 날의 선택이며 우리나라 건강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나라를 위해 국방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언제나 나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사회봉사분야 공익근무요원을 위한 사회봉사교육 강의를 하면서 나의 열정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소중한 젊은 친구들을 위해 진실한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고, 눈물겨운 동냥그릇은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지식과 경험을 통해 아름다운 사람들의 행복 나눔 그릇을 보여주고자 최선을 다하리라 결심을 했다.   

사회봉사교육 강의를 진행하면서 군복무를 대신하여 사회복지현장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활동하게 될 젊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고, 아마도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보람된 시간이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