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터 일찍 눈을 떴다. 『행복 재활원』이라는 곳으로 봉사 활동을 가는 날이다. 낯선 경험에의 설레임인지 중증장애인이 모여 사는 시설이라 결코 쉽지 않을 거라는 사전정보에 긴장한 탓인지 그날 새벽에는 사회봉사 활동을 나가서 끝이 보이지 않은 넓은 밭을 삽질, 곡괭이질을 하며 땀을 비오듯 흘리는 꿈속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행복재활원으로 향했다.

행복재활원은 광주광역시 동구 운림동에 위치한 지체 부자유아와 중증 장애아의 재활사업과 요양사업을 하는 시설이었다. 증심사를 가던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차를 타고 가끔 지나칠 때는 아주 작은 시설이라 생각했었지만 재활원, 요양원, 재활병원, 학교, 자원봉사관, 식당관 등 여러 건물 안에 다양한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었고 벚꽃이 지면서 꽃비가 내리는 봄의 정취로 가득한 아담한 정원도 잘 가꾸어져 있었다.
각 복무기관에서 근무하는 제2기 봉사단 공익근무요원 40여명과 우리 직원들은 자원봉사관에 모여 행복재활원의 기관 소개, 재활 활동, 프로그램 운영 등에 관한 비디오를 시청하고 그 날 봉사자들이 해야할 일, 기본수칙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 각자가 맡은 동으로 이동했다.
처음에 간 곳은 “재활원”으로 뇌성마비나 정신지체아들로 불편해 보이지만 기본적인 일상 활동은 스스로 할 수 있고, 의사표현이나 자기표현은 가능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각 방에는 학교에 갔는지 빈방도 있고 복도에 나와 있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우선 일광욕을 시키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신발을 신으려 할 때 도와주려 했더니 재활원의 한 친구가 스스로 하겠다며 도움을 뿌리쳤다. 자립에 대한 의지를 잘 교육받은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재활원 친구들과 일광욕을 하고 있는 동안 요양원의 목욕봉사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받고 요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요양원은 혼자서 생활이 힘들고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요양원에 들어서서 한 방에 들어가 보니 복지사 선생님이 “은지”라는 아이를 목욕을 시키는 중이었다. 11살 은지는 영아기 때 뇌수종을 앓아 걷기는 물론 앉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아이였다. 게다가 시력이 없어 눈으로는 세상을 보지 못하였다. 사지가 모두 뒤틀려 있어서 누워 있는 것 조차 힘들게 보였다. 은지 뿐 아니라 이 요양원에 있는 대부분이 비슷한 사람들이었다.
은지를 목욕시킨 후 의복 입히기, 머리 말리기, 그 후 식사 봉사까지 오전 시간을 은지와 보냈다. 처음 은지의 모습을 본 이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계속 봉사를 하면서도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계속 나는 “어렵다.... 너무 어렵다”를 계속 머릿속에 되뇌이고 있었다. 단지 ‘힘들다’가 아니라, ‘어렵다’였다.

은지는, 부모에게 투정도 부리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나이에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된 채 어두운 방에 누워 있다.  문득 깊은 공허감이 내 속으로 침투해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와 무슨상관이 있고 ‘은지’와는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오전의 봉사가 끝나고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재활원의 목욕탕 대청소로 한바탕 땀을 흘리고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왔다. 오후의 나른한 한 때를 요양원 복지사들과 장애우들과 시간을 보내고 휠체어를 타고 뜰 곳곳을 거닐며 오후의 봉사를 마쳤다.

처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했다는 뿌듯한 보람보다는 강한 중압감 같은 것이 나를 짓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