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게 극성스러웠던 무더위가 꼬리를 내리기 시작하고 스쳐오는 바람이 또 다른 계절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던 9월 초순 친구 녀석으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이! 이씨 아저씨! 이번 달 모임은 좀 색다른 장소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소이다. 물론, 당신에게는 별로 색다르지 않겠지만 말이야......”
갑자기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여서 자세히 말해보라고 하였더니 “이번 모임은 문화회관에서 음악회 공연을 관람할까 하는데 아저씨 생각은 어떻소이까?”하는 것이었다.
문화회관은 가끔 들락거리던 터라 반대할 이유가 없어 흔쾌히 찬성을 했다.
“9월 20일 목요일 오후 8시 윤이상 음악회 공연이야! VIP석으로 예약하니까 시간 잘 지켜라!”
평소에도 항상 모임에 늦게 오는 녀석이 꼭 남들 보고는 시간 잘 지키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
이다.

윤이상 음악회라?
신문이나 방송을 통하여 작곡가 윤이상 선생에 대하여 얼핏 들어보기는 하였으나 사실 그 분에 대하여 자세히 아는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분의 음악을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 윤이상 선생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윤이상 선생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윤이상 평화재단, 재단법인 통영국제음악제, 부산문화회관 그리고 윤이상 관련 각종 신문기사자료 등 여러 웹 사이트를 돌아 다녀보았다.
(‘국제 윤이상 협회’라는 사이트도 있었지만 들어가 보니 독일어와 영어로만 되어있어 그냥 나와 버렸다)그렇게 자료를 하나씩 찾아 읽어가면서 차츰차츰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였다.그 중 다음의 문구는 내게 가장 큰 충격을 던져주고 말았다.
“『현존하는 현대 음악의 5대 거장』으로 불렸던 작곡가 윤이상!” 물론 윤이상 선생이 살아계실 때 불렸던 칭호였겠지만 ‘5대 거장’이라니?(다른 자료에는 3대 거장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한국의 훌륭한 작곡가란 말인가?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Classic 음악은 모두 서양인들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지 않았던가......
윤이상 선생이 생전에 남긴 작품은 예상 밖으로 많았다.

1972년 뮌헨올림픽 대회의 개막축하 작품으로 오페라 '심청'을 작곡하여 초연하는 등 1958년부터 1995년까지 약 37년 동안 150여 편의 주옥같은 곡을 작곡하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렇게 윤이상 선생에 대하여 대충이라도 알고부터는 하루빨리 9월 20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도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하는 생각에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