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근육이 뼈가 되어가는 병에 걸린 사람의 기사를 본적이 있다. 조그마한 충격에도 병이 재발해서 그 부분의 근육이 뼈로 서서히 변해간다고 한다. 몇 년 동안 가시지 않는 그 고통에 시달려야 하며, 마음대로 눕거나 앉을 수 도 없다고 한다. 피곤해서 눕고 싶어도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대로 앉아서 몇 시간이고 그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해야한다. 의자 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손으로 팔걸이를 딛는 날에는 손 근육이 또 뼈로 변해버린다. 이미 턱 근육이 뼈로 변해버려 입을 다물고 있을 수도 없고 음식을 씹을 수 도 없다. 식도도 좁아져서 음식을 삼키기도 힘들다. 자세를 마음대로 바꾸지 못해서 욕창이 곳곳에 생긴다.
하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
자신을 이해해주고 아픔을 함께 나눠줄 사람이 없다는 것.

“저, 이전에는 무너져 내려도 다시 서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수 없이 반복하고 이제는 모든 상황이 악화되어 지칠 대로 지치고 이제 남은 힘마저 잃어서 마지막 발버둥 치고 있어요. 끝내지 못하는 이 삶을 그냥 두어도 흐르기에, 그럴 바에는 노력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남은 힘 다 긁어모아서 쏟고 있습니다. 살려고 발악하는 것이 맞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질환을 치료하고 싶지만 여유가 없네요. 후원이 필요하지만 도움 청할 길이 없습니다. 한 가지 질병이라도 나아지면 제가 하루를 버티며 사는데 희망도 되고 삶이 조금은 덜 힘들어지겠지요. 하나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될 수 있으니까요.

진행성이라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손가락마저 다 굳어버리면 자판을 누를 수 없게 됩니다. 손이 심해지지 않게 하려면 휠체어도 가능한 만지지 말아야 하는데… 저는 아주 기본적인 것도 참아야 합니다. 어머니가 간간히 식사를 차려준다 해도 먹으면 화장실을 봐야 하니까요. 배가 고파도 참고 살아야 하지요. 화장실 때문에 물을 열흘씩 굶어가면서 한여름 갈증으로 목이 타고 속이 타들어가도요. 현재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없네요.
희망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은 모두 이런 희귀병 환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건 아닐까? 몇 백만분의 일의 확률로 불행이 시작된 그들이 아니었다면 우리 중 다른 누군가가 원인도 알 수 없는 저 병에 걸렸을 것이다. 우리를 대신해서 저 끔찍한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들...
우리가 희망을 잃는다면 그들에게 죄를 짓는 게 아닐까?
그렇다 우리는 희귀병에 걸린 사람 뿐 아니라 이 세상 소외된 모든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 부모의 사랑과 보호아래 건강한 신체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내가 겪는 일이 아니기에 그와 내가 다르기 때문에 아픔을 공유할 수 없다는 논리로 사회적 편견, 경제적 궁핍 등의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이들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견디기 힘든 건 지구밖에 동떨어진 고독과 자신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혼자만이라는 외로움일 것이다. 우리가 이들에게 아무런 해결책을 줄 순 없지만 외로이 병마와 싸우는 이의 친구가 되어 주고 서로 위로하고 아픔을 나누고 용기와 힘을 심어줄 수 있다면 가장 큰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아무런 목적과 봉사 이외의 동기가 없이 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순수한 의미의 봉사라 할지라도 봉사를 통해서 자기만족을 느끼기 위해서 또는 내가 베풀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봉사를 시혜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다만 본인이 느끼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을 뿐이지.

나 자신도 이제는 시간이 없고 물질적으로 부족하고 내 몸이 힘들기 때문에 도울 수 없다는 것은 변명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봉사라는 것이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오로지 내 이성과 도덕적인 판단으로 선택해야 할 문제이다. 물론 봉사를 도덕성과 결부 짓는 것이 나 자신조차 인정하기 부끄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을 하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공을 가치 있게 판단하면서 내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다면 나에게 도덕성이든 뭐든 문제가 있지 않는가. 

공무원이 되었으니, 연간 봉사시간이 10시간 이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작한 봉사활동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나  대신 해서 고통을 느끼는 이들에게 빚을 갚는 마음으로 기꺼이 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