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개념의 확장

최근 세계적으로 국가안보의 개념이 변화되고 있다.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여 영토중심의 전통적 안보개념이, 인간의 안전한 삶에 대한 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하여 인간중심의 새로운 안보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즉 그 동안 안보를 국가안보 혹은 영토안보로 해석해왔던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복지, 환경, 경제, 인권, 평화 등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로 강조점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1세기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급변하는 세계질서는 기존의 군사력 중심의 국가안보만을 통해서 국민의 안전과 복지, 인권, 평화를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국가안보에 인간안보의 개념을 적극 도입하여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만일 국가안보를 인간안보의 개념으로 확장할 경우, 기존의 분단극복과 통일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인간안보가 국방의 과제를 소홀히 하자는 의미는 아니며, 오히려 국방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요컨대, 최근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논의와 함께 공익근무요원의 사회봉사분야 복무제도의 확대 정책을 “병역제도의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인간안보 이념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과도한 국방비 부담으로 세계 11위의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복지비 지출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회봉사분야 공익요원 복무확대 정책은 “국방효율과 복지증진”을 양립 가능하게 하고 동시에 “영토안보와 인간안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제도 발전에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과 제도 시행에 앞서 그 지도이념(guiding philosophy)으로서 먼저 인간안보의 개념을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 인간안보(Human Security)의 의미

사람은 한 군데만 속해 있지 않다. 가족의 일원이자 시장에서는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고, 시민사회에서는 시민이며, 국가에서는 국민이다. 사람이 가족의 일원, 생산자와 소비자, 시민과 국민으로서 생각하고 활동하며, 그 안에서 권리와 의무를 다 할 때 가족과 시장, 시민사회와 국가는 서로 다른 개체이면서 동시에 전체로서의 조화를 이룬 하나의 유기체가 된다.

따라서 개인안보, 국가안보, 지구촌 안보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지구촌 시대에는 국경을 초월하여 전 세계가 동일한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지구촌의 안보는 인류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과제이다.

또한 우리 시대는 군사력, 경제력의 우위에 의해 국가 안보가 확보된다고 보는 과거의 안보 개념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시대가 되었다.

최근 인간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노벨 평화상(1987년) 수상자인 아리아스(Oscar Arias)는 2000년 8월 유엔에서 '인간 안보'의 필요성에 대하여 역설하면서 "이제 우리는 평화와 질서 유지, 빈부 격차의 해소, 생태계 보전과 환경오염 방지, 지구 온난화 억제, 기아와 질병으로부터의 구제, 핵 확산 방지, 인권 보호 등 인간의 안전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협력을 기울려야 한다."라고 역설하였다.

이후 기존의 국가안보를 ‘인간안보’의 개념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엔개발계획(UNDP)”의 1994년 판 “인간개발보고서”에서 등장하였다. 그간 안보를 집합적 의미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것으로서 국가안보 혹은 영토안보로 해석해왔던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개별적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인간안보로 강조점이 옮아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