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기존의 국가안보를 ‘인간안보’의 개념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엔개발계획(UNDP)”의 1994년 판 “인간개발보고서”에서 등장하였다. 그간 안보를 집합적 의미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것으로서 국가안보 혹은 영토안보로 해석해왔던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개별적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인간안보로 강조점이 옮아가게 되었다.

인간안보의 의미는 ① 국가보다 개인과 그들의 공동체를 안보의 대상으로 고려하고, ② 국가의 안보는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③ 폭력적·비폭력적 위협으로부터 민중의 안전을 보호 하고, ④ 개인의 안녕을 지구적(생태적) 평화를 성취하는 것과 결합하고, ⑤ 기존의 국가안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충하려는 노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가안보를 인간안보의 개념으로 확장할 경우, 기존의 분단극복과 통일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인간안보가 국방의 과제를 소홀히 하자는 의미는 아니며, 단지 그간의 인습적인 대응방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대안적인 형태를 모색하자는 의미이다

●●● 인간안보와 사회복무제도

안보의 전통적 인식은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데 기초해 있다. 냉전 종식 후 실천가들과 연구자들은 공히 군사화 된 전통적 안보 개념에 질문을 갖게 되었고 안보의 범주를 확장할 수 있는 대안적 시각을 모색하였다.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필요로부터의 자유”로 인식된 인간안보는 생명의 존엄성과 안보, 개발 그리고 인권을 둘러싼 범주다.

본질적으로 인간안보 논리의 출발은 가난, 질병, 자연 재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전쟁과 테러리즘에 의한 인명피해보다 더 크다는 사실에 있다. 사람들은 테러리즘 또는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강력한 위협(violent threats) 보다 일상의 “부드러운 위협(non-violent threats)”으로부터 더 많은 위협을 받는다. 따라서 UNDP는 인간안보를 ①단지 영토의 안보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안보, ②단지 국가의 안보만이 아니라 개인들의 안보, ③무기를 통한 안보가 아니라 개발을 통한 안보, ④가정에서, 거리에서 공동체에서 환경에서 어디에서든지 모두의 안보로 설명하고 있다.

냉전이 종식된 오늘날 세계는 무기를 해체하고 군대를 축소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인간이 더 안전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폭력의 오염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가정도, 지역사회도, 환경도 안전하지가 않다. 핵폭탄의 위험은 사회폭탄의 현실로 대치되어 버렸다. 우리가 잘 알듯이 제아무리 안전한 나라라고 해도 그 안에는 불안전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한 국가의 안전상태가 전쟁무기나 경제개발로 보호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시민사회와 국가는 인간안보에 대한 적극적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복무제도는 안보개념의 확장으로서 인간안보 복무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즉 현역병이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군사적 방법으로 전선에서 국민과 영토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면, 사회복무 공익요원은 비군사적 위협으로부터 휴먼서비스를 통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공익요원의 사회복무 제도에 대하여 병역회피의 의심과 부자격자들의 집단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들을 갖고 있다.

당연히 복무당사자들 역시 긍지를 갖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사회복무 제도를 통한 휴먼 서비스는 곧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실현하는 것이며 확장된 개념의 국가안보로서 인간안보 복무제도인 것이다.

향후 이러한 인식을 국민들에게 전파하고, 복무 당사자들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여 긍지를 갖고 복무하도록, 철저한 의식과 능력을 배양하는 방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