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중반 예술과 문학이 꽃피웠던 르네상스 전성기에 활동했던 산드로 보티첼리는 당시 금융과 상업이 발달한 피렌체를 지배하고 있었던 메디치가의 로렌초를 위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메디치 가문의 주문을 받다 제작한 작품으로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그린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비너스의 탄생]이다. 

[비너스의 탄생]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화면 중앙에 조개껍질 위에 서 있다.
고대 로마 신화에 따르면 비너스는 바다의 물거품에서 탄생했는데 이 물거품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행한 잔인한 행위에 대한 복수로 아들 크노소스가 잘라 바다에 버린 우라노스의 생식기 주위에서 만들어졌다.

[비너스의 탄생]-1486년경, 캔버스에 템페라, 184×285,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이 작품 속의 비너스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흰 피부로 인해 마치 대리석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보티첼리는 고대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비너스의 자세를 정숙하게 표현했다.

보티첼리는 검은색 선으로 인물의 윤곽선 뚜렷하게 표현해 인물의 명료함을 강조했으며 비너스의 탄생을 알려주기 위해 고대 전설을 인용했다.

고대 전설에 의하면 장미꽃은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생겨났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의 탄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조개껍질과 화면에 떠다니고 있는 장미꽃이다.

하지만 고대 시인 호메로스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찬가에 감명을 받은 보티첼리가 이 작품에서 여신의 탄생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탄생 후에 키티라 섬에 도착한 여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화면 왼쪽에는 미풍 아우라에게 단단히 끌어안긴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날아오고 있다. 그 두 사람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해변으로 불어 보내려 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계절의 여신 호라 중 하나가 해변에서 비너스를 맞으며 그녀를 위해 옷을 펼쳐들고 있다. 호라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그녀가 봄의 여신임을 알려주고 있다.

	보티첼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너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비너스와 마르스]다. 못생긴 불카누스와 결혼한 비너스는 바람둥이 기질을 버리지 못한다. 비너스는 전쟁의 신 마르스와 바람을 피기 시작한다. 두 신의 사랑으로 에로스가 탄생한다. [비너스와 마르스]이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서 비너스와 마르스가 사랑에 빠진 장면을 묘사
[비너스와 마르스]-1483년경, 목판에 유채 템페라, 69×173,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한 것이다.
비너스와 마르스가 작은 동굴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지만 마르스는 잠들어 있다. 마르스는 용맹스러운 신의 모습보다는 사랑에 빠진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