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되면 어김없이 호국. 보훈에 관한 갖가지 기념행사들이 정부기관에서부터 동네 아파트행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행사들이 즐비하다.
또, 학교에서는 통일시대의 바람직한 태도와 가치관을 배양하겠다는 취지아래 포스터그리기, 태극기 색칠하기, 무궁화그리기 등의 내용이 수업시간의 일부를 담당한다. 생각해보면 나의 어린 학창시절에도 있었던 익숙한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국민의 애국심을 함양하고 보훈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노력들은 너무나 당연하고 좋은 일이지만 같은 내용의 겹치는 행사는 어느덧 통일안보의식에 무뎌져가는 국민들에게 어떤 강한 자극과 공감대 형성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런데, 처음으로 병무청 시민참여의원이 되고 받은 초청장은 행사명에 눈길을 멈추게 하였다.

「병역이행 명문가 시상식」?
명문가라는 단어는 현대에서는 잘 사용하지도 않는 단어이고, 또 병역을 이행한 가문을 명문가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예전 같으면 병역의무를 다하는 것이 그다지 놀랍거나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요즘같이 병역회피를 위해 갖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병역비리를 일삼는 시기에는 병역을 이행한 가문이 명문가임에 틀림없긴 한 것이다.

내용인즉, 병역이행 명문가 시상식은 2004년부터 병무청에서 묵묵히 병역의무를 이행해온 수많은 가문 중 특히,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손자 이렇게 3대 모두가 현역복무를 성실히 마친 가문을 찾아서 ‘병역이행명문가’라는 이름으로 시상하는 행사라고 하였다.

시상식이 병역의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한 사람들이 긍지와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는 행사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 4회째를 맞이한다는 이번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시상식에 앞서  병역이행명문가로 선정된 가문 개개인의 소감을 들을 수 있었던 영상물은 수상자들 모두가 병역의 의무를 한결같이 당연한 의무라고 여기며 멋쩍어 하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고, 식장에서의 수상하는 모습 또한 겸손함을 느낄 수 있었다.

3대에 걸쳐 현역 군인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운 경력으로 삼을 수 있게 해준 이번 행사의 의미는 가문 당사자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참가자들에게도 병역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행사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런 훌륭한 상이 있다는 것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신청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병역이행명문가는 2004년 40가문으로 시작하여 금년에 73가문의 명문가를 탄생시켰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아직은 3대가 병역의무이행을 모두 훌륭히 마친 가문이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더 좋은 행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여건상 어려울지라도 신청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굴하는 정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병역이행명문가를 확대하고 행사취지와 의도를 널리 홍보해 주는 것이 병무청의 할 일이라면 병역이행명문가로서 자긍심과 애국심을 깊이 간직하는 것이 명문가로서의 자세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