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의 E-mail 연서(戀書)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애인(짝꿍)의 인연을 맺기로 약속한 『호산노인건강센타』박광자 할머니가 생각난다. 부적절한 남·녀 관계를 떠나서 사회복지시설에서 외롭게 여생을 보내는 분들과 애인을 만들고 연서를 보내면 어떨는지?

2008년 사회복무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지난 3월부터 전 직원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우리팀에서는 『호산노인건강센타』를 주기적으로 방문했다.

봉사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는 매번 휠체어닦기, 실내청소가 전부였다. 하지만 평소 활발한 성격을 자청하는 나는 용기를 내서 어르신과 말벗되기에 도전하여 4층에 계시는 박광자씨와 짝꿍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처음에는 눈도 맞추지 않고 도통 이야기를 하시지 않아 봉사활동의 초보자인 나로서는 3시간 동안의 대화는 매우 힘들었다.

박광자씨는 머리를 다쳐 수술이후에 왼쪽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여 센타에 들어왔으며, 3년이 지났지만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라 주위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움직이지도 않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방에서 보낸다는 센타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좀 더 많은 방문을 마음속으로 다짐 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핑계로 7월이 되어서 세번째 갔을 때는 매우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으며, 마음의 이야기도 제법 하면서 우리는 서로가 애인을 하기로 하였다.

일찍 사고로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자식하나 바라보며 살았는데 주식에 빠진 자식마저 잃을까 두려워 유일한 재산인 집을 팔아 빚을 갚아 주었건만, 찾아오지 않는 자식생각에 마음의 화가 치밀어 오를 때면 계속해서 읽었다면서 너덜너덜해진 성경책을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32번이나 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시골에 혼자계시는 어머니 생각에 코끝이 찡해져 창문 넘어 먼 산을 바라보면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자주 찾아와서 보잘 것 없지만 같이 있는 것도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누군가는 육체적인 노동을 하지 않고 방안에서 이야기만 하면서 놀았다며 나에게 눈총을 주기도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하고 꾸준히 찾아 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요즘에 컴퓨터 인터넷을 켜면 『1:1 애인만들기』 팝업창이 화면을 장식하는 것을 자주 본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할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기관에서 생활하고 계신,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과 한사람씩 애인을 만든다면 내 애인같이 소외받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이다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