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함께 떠난 백두산여행 서울의 불암산을 끼고 사는 퇴직 동료들이 매주 한 번씩 만나 주변 산을 오르는 모임을 우리는 불암병우회라 하며 동료애를 꾸준히 키워가고 있다. 처음에는 4,5명이던 것이 차츰 세가 늘어 이즘은 15명 정도로 식구가 불었다.
이야기 끝에 백두산여행 이야기가 화두에 올라 우리도 한번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에 뜻을 모아 추진을 했었는데 금년은 넘기지 말자하여 마침내 지난 8월 30일을 D_day로 고구려유적지 탐방을 겸한 4박5일 일정의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우리가 영종도 공항을 떠난 것은 8월 30일 오후 1시10분이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떠나 고도를 높여가면서 점점 멀어져가는 지상풍물의 오묘한 미흥에 빠져든 것도 잠시, 비행기가 고도를 잡는가 했더니 어느새 지상으로는 거대한 바둑판 모양의 주택가 풍경이 한눈에 잡힌다. 황해의 푸른 바다를 가로지른 대련공항 상공에 닿은 것이다.

인천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요동반도의 대련공항까지 소요된 시간은 불과 한 시간 이십 여분, 서울에서 제주도간의 비행시간과 얼추 비슷한 시간대이니 생각 보다 가까운, 마음으로만 먼 이웃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입국수속에 짐을 찾아 버스에 오른 시간은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시차가 1시간 늦은 것을 감안 하면 같은 시간대에 머물러 있게 된 셈이다.

이제부터 4박 5일간의 중국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 이 됐다.
노량진에서 학원을 운영한다는 우리 연령대의 부부와 우리 식구 아홉 명, 하여 팀을 이룬 일행은 모두 11명이었다. 일행을 태운 중형버스가 대련 공항을 빠져나가 대련시의 외곽도로인 듯 한 거리를 한 시간여쯤 달렸을까, 평범한 주택가 뒤쪽 저만치 앞쪽으로 암회색의 속살을 드러낸 바위산이 눈에 들어온다. 가이드는 저 산이 중국 일정의 첫 방문지 비사산성 이라고 알려준다. 산자락을 끼고 흐르는 맑은 계곡에는 한 낯의 무더위를 피해 물놀이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언 듯 보아 우리 시골 마을의 뒷산 같아 보이는 평범한 작은 산이다.
다만 조금 다르다면 사면이 가파르고 오뚝하게 솟은 모양 세라 실제보다 높게 보인다는 것이 아닌가싶다. 입구 정류장에 도착,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산성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 짙은 갈지자 길이다. 산성으로 오를 수 있는 진입로는 오로지 이쪽 서부 능선뿐으로 다른 지역은 가파른 절벽으로 되어있어 천혜의 입지를 갖추고 있는 최상의 군사 요충지라는 설명이다. 성문에 도착, 남쪽 산기슭에 세운 군장대에 올라 둘러본 성체의 모습은 생각보다 높고 산세는 크지 않으나 산성 내부의 골은 깊다.
조금은 좁고 옹색해 보이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많은 군사를 먹이고 식수를 조달하며 항전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앞선다. 위쪽 정상은 통신대가 있어 접근이 안 되는 듯 더 이상은 통행불가다. 사면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 평원에 우뚝 선 지세이니 더욱 안성맞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고구려가 수 와 당의 거센 침공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도 지형지세의 이점을 살려 이곳을 최전방 요새로 세운 전략이 한 몫을 했으리라는 것을 쉽게 가늠할 수 있는 형세다.
아래쪽 들판너머 먼발치로 펼쳐지는 아파트군락의 도심의 형상들을 역사의 아이러니처럼 바라보면서, 먼 옛날 조상들의 피 어린 항쟁의 역사와 혼을 다하는 함성이 메아리지는 듯한 환청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산성의 그림자 숲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행을 실은 버스는 오늘의 목적지 단동을 향해 속력을 높인다.
고속도로 양 옆은 평야와 고만고만한 낮으막한 구능이 어우러진 들판의 연속이다. 높은 산은 어쩌다 먼발치로 간간이 보일뿐인데 특이한 것은 중간에 마을이나 촌락 같은 것은 거의 보이지 않고 한두 채의 독립가옥들만 간간히 눈에 띈다는 것이다. 대련에서 단동까지는 약330km 정도 거리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고속도로, 휴게소는 중간 180km 지점에 대고산 휴게소가 유일했다.
이 대고산 휴게소 까지 오는 동안 그 너른 들판이 모두 옥수수만 경작하고 있었다. 광대한 들판 모두를 인력에 의존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그 노고와 일품의 고단함을 실감케 한다. 아마 그래서 씨앗을 뿌릴 때 한번 일하고 그리고 거둬들일 때 한번 일품을 하기 위해서 경작이 편한 옥수수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중국을 여행하면서 어디를 가나 농사라고는 오로지 옥수수 재배가 유일한 작물임을 보았다. 다음날 집안으로 떠나기에 앞서 민족의 가슴속에 많은 사연을 안고 흐르는 압록강 유람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