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 활동을 통해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과 봉사로 자신의 한계를 떠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고자, ‘자원’해서 시도했던 내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도체체 나를 짓누르는 이 부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나”였다. 내 안에 없는 것은 나를 절대로 흥분시키지 못한 것이다. 봉사활동에의 갈망은 단지 관념 속에 자리잡은 것일 뿐 살아있는 실제가 아니었다.

요즘 기업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학교에서도 사회봉사 활동을 권장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치 시대의 흐름인 듯 사회봉사의 관심과 실천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자기 안에 우러나오는 것 자기 발견, 자기 성장 없이 봉사활동은 오래가지 못한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려는 태도는 자기 삶을 온전히 제 것으로 삼을 수 없다. 남의 장단에 맞춰 사는 것은 진정 “자기찾기”가 아니다. 자신을 찾고 자신속에 확고해 질 때만이, 그리고 자기 안의 목소리가 사회의 요구와 맞물릴 때 결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진정 “자기”를 찾을수 있다.. 나와 필연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채 그 행동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봉사활동은 중도에 변심하거나 포기할 수도 있다. 시설에서 직접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나, 앞으로 몇 년간을 복무하게 될 공익근무요원들도 마찬가지다. 진정으로 ‘나’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나’, ‘살아있는 나’를 만나야 한다. 이것은 결국 자기 성장의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자신이 성장한 만큼 ‘자기찾기’는 완성된다. 그렇지 않으면 ‘직업적인’ 봉사자만 양산할 뿐이다.

사회봉사 체험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시한번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됐다.
‘데미안’의 그 유명한 구절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진정한 봉사활동은 모두가 개인차원의 진정한 ‘알깨기’ 경험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명”이 있어야 한다. 데미안에서 '자기찾기‘는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 즉 ‘소명’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자기 성향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뜻에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이 진정한 자기 찾기요, 소명이라는 것이다. 이번 봉사활동 체험을 통해서 비록 진정한 ‘자기찾기’에는 실패하였지만 미숙한 자신을 다시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긴 일생을 통한 과정인데 단 하루만에 내안에 없는 것이 생길 리 만무하다.
나의 소명이 ‘사회봉사’에 있을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을지는 모르지만 진정한 ‘자기찾기’를 찾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 사회에, 이 세계에 봉사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