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편지 중에서...
“전역하려면 아직 까마득하지만 지난 시간 돌아보면 시간이 안 가지만은 않아. 군대 와서 배운 것이 많아. 이기적이었던 내 성격도 많이 변하고 있고, 까탈스럽던 입맛도 많이 좋아졌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배우고, 운전도 다시 배우고, 여러모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전역하는 그날까지 좋은 것 많이 배우고 열심히 나라 지켜서 착하고 멋진 남편이 될께.^^멋진 사나이가 될께. 지금은 여보한테 너무 미안해. 가장으로서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으니깐 혼자 병원 보내기도 미안하구 혼자 집에 두는 것도 미안하구 너무 미안해”-

안녕하세요~ 저는 임신 7개월째의 예비 맘이자 신랑 기다리는 곰신(?) 입니다 ^^병무스타 테마 란에 부모님,
친구, 애인은 있는데 아내가 쓰는 테마는 없어서 그냥 애인테마로 글 올립니다. 괜찮겠죠? ^^;; 신랑이랑 저는
올해 29살에 동갑이예요. 다른 군인들과 곰신에 비하면 나이가 좀 많이 찼습니다. 중학교 동창으로 10년 넘게 친구로 지내던 개구쟁이가 이제 제 신랑이 되었는데 11월 22일 결혼식을 올리고 한달 후 12월 23일, 하필 그것도 제 생일날 저랑 뱃속에 아기만 남겨두고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신랑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가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306보충대에서 신랑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집에 오는 내내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신랑이 가버린 터라 빈자리가 너무 크게만 느껴졌던 거 같아요. 처음엔 모든 게 막막하고 혼란스러워 울기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별것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결혼 후 처음 맞는 제 생일과 크리스마스 새해 모두 혼자 보내야 했지만.. 힘들게 추운 날씨에 열심히 훈련받을 신랑 생각해서 응원편지 보내며 힘내서 한 달 보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가 군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다투기도 많이 한 우리였는데.. 서로의 애틋함과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 되었구요.무엇보다 달라진 남편의 모습에 정말 뿌듯합니다. 4년전 신랑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로 아버님도 몸이 편찮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당뇨에 B형간염까지 걸리셔서 지금까지도 많이 아프십니다.ㅠㅠ 그래서 아버님이 운영하시던 작은 횟집을 신랑이 대신 운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며 많이 힘들었지만 힘든 내색 안하고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남들보다 잠도 못자가며 일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많이 말랐었거든요. 그런데 신랑 군대 가더니 살도 많이 오르고, 더 의젓해지고 늠름해지고 더 남자다워졌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간 군대라적응하기도 더 어렵고 힘들었을지 모르는데 열외 없이 모든 훈련도 잘 마쳤다고 합니다. 남들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뒤쳐지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설날엔 신랑 없이 어머님 제사 지내려니 마음이 많이 안 좋았는데.. 신교대에서 합동차례가 있었나 봐요.

그래서 어머님 사진 올려놓고 절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너무나 좋아진 군대 같아요. 까페에 위문편지 쓰는 곳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다음날 바로바로 상병님, 장교님이 전달해주시고 훈련 중 사진도 올 려주셔서 단체사진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큰 위안이 됐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사진 속에 남편은 어린동기들과 함께 활짝 웃 으며 있습니다. 유독 이마가 넓은 신랑 표정이 오늘따라 더 밝아 보이는 것 같네요. ^^ 걱정할 가족들을 생각해 중위님께서는 잘 있으니 걱정 말라고 문자와 전화도 주 시고 정말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한테는 그 문자 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