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야구를 좋아했지만 보는 것에 그치고 직접 즐기지는 않았던 나에게 동호회 가입은 우연히 이뤄졌다. 대전청으로 전입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캐치볼하는 직원에게 나 같이 나이 먹은 사람도 가입할 수 있냐고 했더니 대환영이란다. 그날 당장 야구동호회에 가입하고 거금 25만원을 들여 글러브도 두 개 샀다. 운동신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래야 어릴 적 동네에서 막대기로 공치기 했던 게 전부지만 야구를 좋아하고 또,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직원들과의 모임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충분하리라. 아직은 쉬운 플라이 볼도 놓치고 공에 맞아 멍이 들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게 실력은 한발 한발 나아지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호회 가입 후 달라진 풍경 하나, 연습경기 일정이 없는 주말이면 아들과 캐치볼 연습을 하게 되었다. 어느 새 훌쩍 자라 이제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과 같이 운동을 하게 되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게 되어 아들의 고민이 뭔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을 나누게 된 것도 야구동호회의 덕이랄까. 이전보다 좀 더 다정한 부자지간이 된 걸 아내도 좋아하는 눈치다.
지난해 10월 11일과 올해 3월 14일 두차례에 걸쳐 새로 창단한 충북지방병무청 야구팀을 축하도 할 겸해서 청주에서 친선시합을 했다. 팀을 나눠 경기는 했지만 이기고 지는 승부를 떠나 우리 모두 병무가족이기에 지켜보며 응원하는 사람들도 나중에 팀 구분 없이‘모두 모두 잘한다, 파이팅!’을 외치는 걸 보면서 화합이란 이런 거구나 하는 뿌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은 야구부가 결성된 청이 많이 없어 전 청 차원에서의 야구경기는 없지만 야구를 매개체로 모두가 웃고 즐기는 날이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 또한 가지게 되었다. 대전청 야구동호회‘한빛 레전드’는 이제 직원간의 우의를 다지는 병무청만의 동호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금년부터는 사회인 야구리그에 참여해 좀더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목표 아래 똘똘 뭉친 회원들의 방망이가 불을 뿜게 될 것이고 도루하는 다리는 훨훨 날 것이다.
새 시즌 새 목표를 향해‘한빛 레전드’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