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로 가는 트럭에서 고참 한명이 한숨을 내쉬며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오늘 같이 비 오는 날 저녁이면 근처 마을에서 아기를 낳다가 죽은 귀신이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하이힐을 신은채로 나타난다는 얘기를 했다. 장맛비는 공포영화처럼 부슬거리며 내 어깨를 적시고 있었다.
한 평이 될까 말까한 공간에서 이런저런 상념 속에 30분정도 흘렀을까.. 희미하게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커졌고 자세히 들어보니 영락없는 갓난아기 울음소리였다.
“응애~응애~”
순간 총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트럭에서 들려주던 고참의 귀신 얘기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러기를 5분쯤.. 이제는“또각..또각..”소리가 같이 나기 시작했다. 하이힐 소리였다.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하이힐을 신은 귀신이 나타난 거다. 그 소리는 이제 초소 바로 옆에서 나는 것처럼 선명해졌다. 갑자기 초소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또다시“또각..또각.. 응애~응애~”그래도 군인이라고 총구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린 후(안전장치도 풀지 않고 말이다) 경계 구호를 외치고 암구호를 했으나 대답이 없었다..
바로 그때 밝은 섬광 두 줄기가 나를 노려보듯 쏟아져 나왔다.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고 시간이 멎은 듯.. 시간이 마치 정지된 듯 했다..
잠시 후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풀숲에서 나온 것은.... 노루!! 였다... 노루는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예의 그 울음소리“응애~~”를 외치고는“또각..또각..”소리를 내며 내 눈에서 사라졌다. 알고 보니 노루의 울음소리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와 무척이나 비슷했고 발굽이 딱딱해서 돌을 밟으면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난 것이다. 허탈해 하고 있는데 초소 전화기가 울렸다. CP였다.“ 귀신 봤어?? 크크”수화기 너머에선 재밌다고 아주 난리가 난 것 같았다. 철수 명령과 함께 내 첫 초소근무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