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예약하고 무작정 떠났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얼마나 충동적이었던지….
처음 도착한 곳은 영국의 히드로 공항(Heathrow Airport)이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한국인 부부 여행객이 있어 함께 지하철 을 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우리 여행의 수난이 시작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주변에 가득한 외국인과 차창 밖 풍경을 조용히 살펴보고 있던 나는, 순간 이상한 광경을 보고 말았다. 함께 지 하철을 탔던 부부 중 남편분이 출구 옆쪽에 있는 빨간 버튼을 누르고 있는 광경을 말이다. 빨간 버튼은 영어를 모르는 누구라 도 비상벨이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더군다나 나중에 알고 보니 영어까지 유창한 이 아저씨께서도대체 이 버튼을 왜 누르셨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지하철은 중간에 멈추어졌고, 잘못된 일임을 파악한 아저씨가 마이크를 통해“잘못 눌렀다, 실수였다”해명했지만, 위험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차장이 각 칸마다 확인 후 출발할 때까지 최소 20여분간은 그대로 정차된 채로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슬로우 모션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그 광경은 지금 생각해도 민망하고 아찔하니, 당시엔 오죽했겠는가….
한번은 여행 중 이런 일도 있었다. 배낭여행 중간 지점인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야간열차 티켓을 예매하러 갔는데, 여행 중 우 연히 만난 한국인들과 같이 침대칸에 타서 함께 이동하기로 했다. 꽤 많은 인원이 모이게 되어서 한명이 티켓을 가지고 저녁에 기차를 탈 때 표를 나눠가지기로 했는데, 또 말썽이 생기고 말았다. 티켓 두장이 침대칸이 아닌 일반석이었던 것이다. 다시 바 꾸기엔 시간도 없고, 불편하긴 하지만, 일반석도 좌석을 붙여서 침대칸처럼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나와 친구는 저렴한 일반석 티켓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둘만 일반석에 타자니 불안했던 찰나, 일행이 따로 없는 두 명의 한국인이 있어서 우린 함께 이동하기로 하고 기차에 올 랐다. 6개의 의자를 펴서 침대칸처럼 만든 후 여자만 4명이어서 불안했던 우리는 테이프로 문 주변을 둘러서 붙여두고, 자물쇠 와 체인으로 가방을 고정시켜둔 채 잠이 들었다.(물론 이런 테이프와 체인은 함께 탄 일행들이 가져온 물건이었다. 우린 가볍 게 몸만가지고 떠난 여행이다.)
그런데 한밤 중에 잠이 들어 정신없던 상태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문을 두드리고 누군가와 싸우는 소리였다. 잠 에서 깨어난 우리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 살펴보러 문 주변에 다가가 바깥을 살펴보는데, 세상에나, 어떤 외국인 남자가 우리방 에 들어오겠다고 차장과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기차에 탔을 때 차장아저씨가 위험한 일 있으면, 소리치라고 우리에게 친절히 말씀해 주셨던 터라 다행이다 싶었던 우리는 이 어이없는 광경에 기가 막히고,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한 채 상황을 지켜보았다. 다행히 차장아저씨의 승리로 아무일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지나고 보니 꽤 무서운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