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야 뭘 사려고 하는거에요?”,“ 어디 있을텐데…. 찾았다!”
남편이 멈춘곳은 할머니가 여러 가지 나물들을 팔고 있는 곳이었다. 돌미나리,부추, 머위 나물, 쑥…. 흡사 시골의 봄을 도시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그런데 남편이 손으로 가리킨 것은 민들레였다. 속으로는 아니 저걸로 도대체 뭘하려고 하는거야 몹시 궁금했지만 지켜보기로 했다. 향긋한 쑥도 함께 샀다. 거기에다 할머니에게 조금 더 주라는 흥정까지 하는 이 남자! 대단 해요~!
나와 남편의 차이점 하나, 나는 물건을 구입하면서 가격을 달라는데로 다 주고 ‘더주세요’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왠지 쑥스럽 다. 남편, 절대 그렇지 않다. 가격도 깎고, 뭘 사든지 더 달라고 하는 한마디로 얼굴에 철판을 서너장 깔고 사는 남자다.
평소에 자주 가는 야채가게 앞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더니 버섯, 양파, 매운 고추를 사고는 과일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앞 에서 눈짓을 한다. 골라 보라는 것이다. 호호호 이 기회를 놓칠세라 포도를 냉큼 집었다.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했 지만 사준다고 할때 먹어야지 라는 얌체 심보가 나온 것이다.
집으로 오자 남편은 민들레는 나보고 씻으라고 하더니 노련한 솜씨로 새콤달콤한 양념장을 만들고 버섯을 데치고 뚝딱, 뚝딱…. 도마 소리가 요란하게 야채들을 썬다.

머니도 아들이 부엌에서 요리하는 것에 이제 익숙해지셔서 별말씀도 없으시고 아들이 해놓은 음식을 드시면서 맛있다고 칭찬까지 해주실 정도다. 시골 노인임에도 아들의 요리만이 아니라 청소기를 들고 부지런히 움직여도 왜 네가 하고 있느냐는 말씀 한마디도 없으신거 보면 마음이 참 넉넉한 분임에 틀림없고이런 어머니를 내가 좋아하고 섬기지 않을 수 없다. 무침을 하고도 민들레가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더니 아이를 시켜 삼겹살을 사오라고 한다.
“ 아니, 씁쓸한 민들레로 쌈도 싸먹는거야?”라고 했더니 민들레는 하나도 버릴것이 없단다. 차(茶)로 먹을수도 있고 몸안에독소 도 제거해주고 어쩌고 저쩌고…. 민들레 예찬자가 되었다.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워 서 쌈을 쌌더니 쌉쌀하게 쓴맛이 있긴 했지 만 제법 맛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