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병역설계 하는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입영 시기나 부대 등 이런 저런 상담을 하다보면 그들에게서 입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느껴진다. 통화가 끝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친구를 보면, 나도 4년 전 동생을 훈련소로 보내던 때가 생각난다.

나에겐 어려서부터 사이가 좋은데다 대학을 타지에서 다녀 항상 챙겨도 부족한 것 같은 남동생이 있다. 동생을 너무 챙긴다며 친구들은 나에게‘엄마’라 놀리곤 했다. 평소에는 웃으며 넘겼는데 훈련소 입대하는 날 긴장하는 동생을 보니 나 역시 엄마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봄이라 하기엔 추운 2월의 연병장..
그 곳에서는 맨 바닥에 덜썩 부모님께 큰 절하는 아들, 남자친구를 보내며 눈물을 참지 못해 글썽이는 여자친구, 아들을 끌어안고 몸 건강 하라는 어머니, 애써 태연한 척 하시는 아버지등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운동장 스피커에서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운동장에 쓰레기 버리시면 가족들 가신 후에 우리 아들들이 다 치워야 합니다.”이보다 더 효과적인 말이 있을까. 이 한마디에 수 백명이 있던 넓은 운동장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깨끗하기만 했다.
동생과 인사를 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한 할머니가 안내를 하고 있던 병사에게 말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료수와 과자가 담긴 까만 봉지와 손자 이름이 적힌 종이를 건낸 할머니는 그 이름도 모르는 병사에게 손자 잘 좀 봐달라며 부탁을 하고 계셨다. 할머니의 손자 걱정하는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