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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구려나 백제가 통일했으면 그 후의 역사는 보다 역동적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역사에서 현대적 의미 부여도 중요하지만 그 해석은 당대성에 의해 제한받지 않을 수 없다. 삼국통일 당시의 상황을 무시한 채 현재 속에 그대로 이입시켜 해석하는 것은 후세인의 월권이 된다. 또한 역사를 민족사의 단위로만 바라보면 강자의 승리만이 정의라는 논리적 모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역사는 때로 강자의 승리가 아니라 약자의 예상을 뒤엎는 승리의 드라마가 있기 때문에 후세에 교훈이 되는 것이다.
일제시대 때는 신라의 삼국통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정당할 수도 있었다. 식민지 치하로 전락한 역사에 대한 반성이 신라의 삼국통일에 가 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라의 삼국통일이 식민지로 전락하는 첫 단추가 되었다는 인식에서 비판했던 것이다. 그러나 해방 반세기를 넘어서 세계 10대 교역국이 된 현재까지도 이런 시각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현재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한 한탄이 아니라 약소국 신라가 고구려, 백제의 두 강대국을 꺾고 승리한 원동력을 연구해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다.
신라 삼국통일의 원동력은 화랑도(花걏徒)를 빼놓을 수 없다. 화랑(花걏)은 꽃처럼 아름다운 청년이란 뜻인데 아름다움의 핵심은 자기희생에 있었다. 그 중 한 예가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사위 김흠운(金歆運)이다. 김흠운은 655년 고구려와 백제의 동맹군이 변방 33성을 빼앗자 태종 무열왕의 명으로 백제땅 양산(陽山) 깊숙한 곳까지 진격했다. 그러나 조천성(助川城: 영동 비봉산성)을 공격하던 중 백제군의 내습을 받았다.신라군이 패전하자 김흠운은 적진으로 달려들어 싸우다 죽으려 했다. 그러자 대사(大舍)전지(詮知)가“공은 신라의 귀족이며 대왕의 사랑하는 사위이니, 만약 적군의 손에 죽는다면 백제의 자랑거리가 되고 신라의 수치가 되는 것입니다”라면서 말렸으나 김흠운은 듣지 않고 나가 싸우다 죽었다. 이를 본 태감(太監) 예파(穢破)와 소감(小監) 적득(狄得)도 싸우다가 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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