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당전쟁 때인 서기 672년 신라군의 비장(裨將)으로 백수성 전투에 참전했던 김유신의 아들 원술(元述)은 패전하자 당나라 진영에 돌진해 죽으려 했으나‘지금 죽는 것은 개죽음이니 훗날을 기약하자’는 주위의 만류로 살아남는 길을 택했다. 전투에서 패전했는데 아들이 살아 돌아오자 김유신은 문무왕에게 원술을 사형시키라고 요청했다.
일개 비장에게 패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문무왕의 거절로 원술은 살아남았으나 김유신은 아들을 버렸다. 심지어 김유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어머니는 원술의 조문도 거절했다. 울면서 태백산으로 들어간 원술은 675년의 매초성 회전 때 당나라를 무너뜨리고 승리해 나당전쟁의 추를 신라로 기울게 했다. 그러나 그는 생전에 부모에게 용납되지 못한 것을 한으로 여겨 벼슬하지 않고 세상을 마쳤다.

젊은이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이 화랑도는 아니었다.『 삼국사기』「선덕여왕」조에는 김유신의 자기희생에 대한 기록이 있다. 백제를 치고 돌아와 국왕 알현을 기다리고 있는데 백제의 대군이 또 변경을 침범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김유신은 집에 들르지 않고 곧장 전선으로 가서 백제군을 격파했다. 김유신이 돌아와 왕에게 복명하고 집으로 가려하는데 백제군이 또 내침했다는 급보가 전해졌다. 선덕여왕은 김유신에게, “나라의 존망이 공의 일신에 달렸으니 바라건대 수고를 어려워말고 가서 도모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신은 또 집에 들르지 못하고 주야로 군사를 훈련시켜 서쪽으로 행군하는데 자기 집 문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온 집안 식구가 나와서 보고 눈물을 흘렸으나 공은 돌아보지도 않고 갔다는 기록이『삼국사기』에 실려 있다. 662년 정월 당의 소정방은 고구려 평양성을 공격하다가 식량이 떨어졌다. 이때 경주에서 평양까지 식량 운송을 자청한 인물이 만 67세의 노장 김유신이었다. 화랑도는 평생을 일관하는 사생관이었고, 그 핵심은 자기희생으로 표현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지배층의 이런 자기희생이 있었기에 신라는 가장 약소국이었으면서도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