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웃었다. 진성성 못지 않게 말의 형식이라 할 수 있는 목소리까지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좋은 목소리나 형식적인 인사말만으로도 분명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긴 나도 불과 1년전에 이틀이 멀다하고 사무실에 찾아오는 M생명 보험설계사를 마다하고 K생명 보험설계사의 전화 목소리에 넘어가 덥썩 보험 가입을 했던 적이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함께 멘토링을 하다보니 재미있는 일도 참 많았던 것 같다. 얼마전엔  전화 한통이 걸려왔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자기 딸에게 물에 같이 빠져 죽자는 무시무시한 말만을 계속해서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싫다고 하며 계속 울어대고 사태가 너무 심각한 것 같아 소방서나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후배와 함께 상의하고 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텔레비젼 드라마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였다. 허탈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그랬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과 함께 후배와의 정도 더욱 깊어진 듯 하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멘토링의 최종 목적지인지 모르겠다.

이번 멘토링은 업무적으로도 멘티 멘토 모두에게 확실히 큰 도움이 되었다. 멘티와 함께 각종 상담 내용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진지한 고민을 통해 우리는 나름대로 전화 민원인들의 유형과 그 유형에 맞는 상담요령을 터득할 수가 있었는데 무엇보다 그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멘토링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모로 부족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좀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멘토링을 마치면서 생각해보니 형식적으론 내가 멘토로서 멘티를 이끌어주는 것이었지만 실제 멘티는 바로 나 자신이었던 것 같다. 물론 기왕이면 멘티로 참여한 후배 이정만이 나름대로 괜찮은 선배와의 만남을 악연이 아닌 인연으로 기억해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