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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나 책에서만 보던 그 섬을 간다. 여행이 아닌 견학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충북청 직원들과 함께. 안보견학이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즐겁다.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환상의 섬을 지금 내가 가고 있지 않은가.
백령도행 쾌속선은 30노트(시속 60Km 내외) 이상의 속력으로 목적지를 향해 내달린다. 배 안에는 해병대가 1/3을 차지하였으니 백령도에 가면 해병대와 안해병대만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1등실과 2등실로 구분돼 있을 만큼 큼직한 여객선이지만 연안부두의 잔잔한 물결과는 달리 근해에 접어들자 큰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치솟아 오르다가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푸른 바닷물 중간에 떠 있는 섬만 간간이 보일 뿐이다.
한 세 시간 반쯤 지났을까. 선장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곧 소청도라고 한다. 소청도와 대청도에 접안하였던 배는 4시간 30분을 채우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백령도 부두에 닿는다. 시간은 벌써 12시 20분. 이것도 날이 좋아 그나마 빨리 온 거라고 한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에 속해 있는 백령도. 우리나라에서는 최남단 섬이 ‘마라도'라면 최북단 섬이 ‘백령도'이며, 섬으로서는 북한과 가장 인접해 있다. 원래 이름은 곡도인데,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처럼 생겼다 하여 백령도(白翎島)라 한다.
점심을 먹고 먼저 찾은 곳이 심청각이다. 며칠 전 내린 폭설로 버스는심청각 입구까지만 갈 수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심청각이지만 바로 앞에 군부대 초소가 있는 것을 보면 백령도가 군사적으로도 요충지라는 것이 짐작 간다. 인당수와 연봉바위가 내려다보이고 십여 킬로미터 앞에 북한의 장산반도와 원래도가 손에 잡힐 듯하다. “그들도 우리를 보고 있을까”
심청각에서 내려온 버스는 갑자기 해변으로 가더니 마치 비행장 활주로를 연상케 하는 해수욕장을 내달린다. 분명 바닷가 해수욕장인데. 아니나 다르랴. 이곳이 이탈리아 나폴리와 함께 세계에서 두 곳 뿐인 천연 비행장인 ‘사곶해수욕장'이다. 지금은 비행장으론 사용하지 않지만 한국전쟁 당시에는 실제로 비행기가 이착륙을 하였다고 하니 바닷물이 일렁이는 해변을 자동차로 신나게 질주하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늦게 도착한 만큼 서해의 해도 빨리 기울어진다. 안내원은 서둘러 두무진으로 가야 한다고 재촉한다. 낮은 산길을 올라가니 통일기원비가 서해의 거센 해풍을 맞으며 서 있다. 통일기원비 아래쪽으론 거센 파도가 웅장한 기암절벽으로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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