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압박에 항거,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존을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3ㆍ1절, 나는 지난 3ㆍ1절 아침 “지금은 남의 땅”이 되어버린 대마도를 찾아 나섰다.

부산에서 겨우 50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제주도와 함께 호랑이의 두 발로 그려져 우리나라를 든든히 지켜주던 이 섬이 언제부터 일본 땅이 되어버렸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이 섬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었다”.

쯔지마-아리랑축제마침 이날은 대마도가 시(市)로 승격하는 날이라 길거리에는 축하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대마도는 원래 하나의 섬이었으나 지금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나는 그 속을 뚫고 대마도의 가운데 허리에 있는 고코나코시(小船越)로 향했다. 그곳엔 백제 시절부터 교역이 이뤄지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포구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찰랑찰랑 넘치는 저 물결을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고갔을까. 백제 성왕 때 처음 불경을 전하며 안치한 바이린사(梅林寺)가 아직도 남아 있고, 왕인 박사가 지나갔다 해서 아직도 ‘왔소왔소' 축제를 하는 고장이 이곳 고코나코시(小船越)다.

또한 이곳은 일본이 믿는 태양의 신 ‘아마데우스'를 모신다는 아마데루신사와 일본 천황의 원뿌리가 있는 와다즈미신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확실히 대마도는 한민족 문화를 일본에 전하고 일본 신화를 잉태한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은 곳이다.
이런 사실들을 말해주는 흔적들이 남아, 양국 국민들이 믿든 안 믿든, 이곳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한일간의 지난 역사를 이야기해주는 듯 하다. 그러나 나는 오늘 다른 흔적을 보고 싶어 이곳에 왔다.
에모시다게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서쪽으로 뻗어있는 아소우만(灣) 입구 미사키[豆知浦]에 시선이 꽂힌다.

세종 원년인 1419년 6월 20일, 3군도체찰사 이종무가 이끄는 병력 17,285명이 전함 227척을 타고 이곳으로 쳐들어왔다. 미사키는 원래 왜구의 소굴이었던 곳이다. 그들은 정벌군의 선발대를 당시 중국으로 도둑질 갔던 자기네 배들이 돌아온 것으로 잘못 알고 술과 고기를 마련하여 환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 정벌군이 들이닥치자 대마도인들은 감히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놀라 흩어져 달아나거나 혹은 숨어버렸다고 한다.

총사령관 이종무는 토벌에 들어가기 전 정벌군에 동원된 투화 왜인을 통해 대마도주 도도웅와[宗貞盛]의 귀순을 종용하는 편지를 보내나, 대마도주로부터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하자 비로소 토벌을 시작하였다. 그 결과 적선 129척을 포획, 사용 가능한 20척만을 남기고 모두 소각하였다. 또한 가옥 1,939호를 불태우고 적 21명을 포로로 잡았으며, 왜구에게 잡혀있던 중국인 131명을 구출해 내기도 했다. 당시 대마도는 기근이 심한데다가 조선군의 불시 원정으로 돈 많은 부자라 할지라도 한, 두말 정도의 식량만을 가지고 달아났으므로 오랫동안 포위하면 반드시 정벌에 성공할 것이라는 정보도 입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