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대신에 느림의 열풍이 불고 있다. 웰빙족의 등장. 슬로우푸드운동, 궁중음식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대장금에 대한 큰 관심 등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가치는 새 시대를 이해하는 코드임에 분명하다.

웰빙이란 물질적 가치나 명예를 얻기 위해 달려가는 삶보다는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삶을 행복의 척도로 삼는 것이다. 이들의 가치기준은 개인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데 있으며, 균형 잡힌 영양, 적절한 운동, 재충전을 위한 여가활동과 여행, 긍정적 사고하기 등이 그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헬스클럽이나 명상센터로 사람들이 몰리고 유기농 농산물에 돈을 아끼지 않으며 자극적인 커피와 콜라 대신 부드러운 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차 전문점'에 몰리고 있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아름다움에 중점을 두는 이너뷰티의 유행역시 웰빙족의 부상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또한 획일화된 맛과 빠른 서비스를 강조하는 패스트푸드 대신 오랜 시간 정성을 들인 슬로우푸드를 강조하는 운동이 느림을 주제로 한 슬로우 영화제와 슬로우시티운동을 통해 속도를 강조하는 현대문명에 대한 반대를 하는데에까지 영역을 넓힌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일 것이다. ‘보다 느리게' ‘보다 행복하게' 개인의 삶을 중시라는 웰빙은 언뜻 여유있는 소수들의 향유물이라는 선입견이 들지도 모르나 생활 속에서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조금만 정성을 기울이면 가능한 것이다. 대장금에 나오는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을 그대로 따라하기는 어렵겠지만, 당장 맥적이니 주악이니 규아상이니 하는 용어부터도 생소하겠지만 깨끗하고 좋은 재료에 정성을 들인다면 그게 바로 웰빙족이 아닐까... 몸에 좋은 콩과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슬로우푸드인 된장을 이용한 소박한 먹거리들을 직접 만들어보자.

재  료 : 백태1컵, 견과류, 미숫가루, 소금
만들기 : 콩을 물에 담가 3시간 정도 불린다.
            불린 콩을 5분 정도 삶는다.
            삶은 콩을 체에 거른 다음 믹서기에 콩의 세 배 분량의
            물을 넣고 갈아준다.
            소금약간, 견과류, 미숫가루를 넣어 다시 한번 갈아준다.
 

재  료 : 감자, 호박, 양파 등 각종야채, 감자전분
만들기 : 감자를 썰어 삶은 후 그 물을 버리지 않고 놔 둔다.
            호박, 가지, 양배추도 썬다.
            된장과 기름(미강유나 들기름)을 1:1로 볶는다.
            팬에 다시 기름을 두르고 마늘, 양파 등을 볶다가 나머지
            야채들을 볶아준 뒤 익었다 싶으면 감자, 볶은 된장을 넣고
            간이 배도록 다시 볶는다(한꺼번에 된장을 많이 넣지 말고
            짜다 싶으면 조청을 넣는다). 감자 삶은 물에 전분을
            풀어서 걸쭉하게 만들어 넣어주고 미나리나 깻잎 등으로
            마무리한다.
 


단기간의 고속성장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안겨주었지만 그 부작용도 적지않다. 공사시간의 단축은 건물과 시설의 붕괴를 가져왔고 과속은 세계 1위의 교통사고율과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으며 사용가능한 컴퓨터를 보다 빠른 것으로 대체하면서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보다 느리게 보다 건강하게 보다 행복하게 살 필요가 있다. 목표만을 바라보며 달려가느라 놓쳐버린 바람의 향기, 햇살, 길섶의 조그마한 들꽃에 취해봄은 어떠할지... 오늘 저녁 당장 따끈한 된장에 유기농산물과 정성을 담아 뚝배기를 끓여내는 건 어떠할 지... 건강한 몸에 맑은 정신이 깃드는 웰빙이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