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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무행정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작년 말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는 병무청의 병역의무 자율이행제도를 정부혁신사례로 선정한 바 있다. 더구나 오랫 동안 비리의 온상처럼 여겨져 왔던 병무청이 부패방지위원회의 청렴도 평가결과 77개 기관 중 2위를 차지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국무총리실 업무평가에서 상위의 성적을 올리고, 참여의 시대에 걸맞게 병무행정발전을 위한 시민참여위원회를 발빠르게 전국적으로 구성한 것 등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병무행정의 달라진 모습임에 틀림없다. 약간은 성급한 표현일지 몰라도 이제는 병무행정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 같다.
사실 국가행정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다. 물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수행하는 업무의 분야와 성질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병무행정이 국가신뢰를 높이는데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변화에 걸맞게 대응성을 확보하고 업무의 속성상 투명성과 공정성을 견지하는 일은 병무행정이 지녀야 할 최우선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대응성(responsiveness)이란 책임성 있는 정부가 공익의 관점에서 국민의 욕구(needs)와 요구(demands)를 기꺼이 고려하겠다는 정부의 적극적 봉사태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 불편사항을 공무원의 전문가적 판단에 기초해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편익을 크게 늘려 주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병무에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운영되는 콜센터의 기민함이라든지 병역의무 자율이행제도 등은 디지털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의 코드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언젠가 방문했던 병무청의 콜센터는 벤치마킹사례로 다른 정부부처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친구와의 동반입대, 유학생의 경우 수료할 때까지의 병역연기조치 등은 병역을 이행하고자 하는 선의의 대상자들에게 병무행정의 신축성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럴 때 병무행정의 대응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병무행정을 유리상자 속에서 이루어지듯 투명하게 처리함으로써 비리의 개입여지를 없앤 것도 주목할만한 성과다. 과거처럼 블랙박스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정은 그 처리과정이 양심에 비추어 청렴하다고 자부를 해도 오해의 소지를 낳게 마련이었다. 제로게임에서는 항상 손해의식을 갖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그들의 피해의식은 불만과 비난의 화살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부패방지위원회가 병무행정의 청렴성을 객관적으로 인정해 준 것은 병무행정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에게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 8월, 전국적으로 출범한 1,600여 시민참여위원 역시 병무행정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병무행정의 홍보대사들인 셈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거나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공평하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국가가 정의의 실현기관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증좌이다. 오히려 국가가 사회지도층들의 자발적인 병역의무이행을 촉구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지를 실현할 때 강력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고, 군의 정신전력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
이제 병무행정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최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친절운동이 자리 매김되어야 할 것 같다. 일찍이 일본의 작은 도시를 경쟁력있는 마을로 만들었던 이와쿠니 데슨도는 행정을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고 규정한 적이 있다. 행정의 제1의 임무는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정부는 “예, 우리는 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니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하는 식으로 반응하였다. 오늘날에는 “예”, 혹은 “아니오”라는 식으로 응답해서는 안되고 “우리 함께 힘을 모아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해봅시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게 합시다.”라는 식으로 응답이 바뀌어야 한다.
행정은 기업이 상대하는 그런 고객이 아니라 하늘같이 떠 받들어야 할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의 사회는 통치(government)가 아니라 協治(governance)가 중요한 시대이다. 정부가 기업과 국민, 그리고 시민단체와 더불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얻어 내야 한다. 공익이란 개개인의 이익을 합해 놓은 것이 아니라 공유가치에 대한 대화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무원들은 국민의 요구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 믿음과 협동의 관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능동적인 시민정신이 살아 있는 사회에서 공무원들은 점차적으로 서비스전달 이상의 역할로서 화해시키고, 중재하고, 심지어는 재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국민의 참여와 개입은 국민을 신바람나게 만든다. 그리고 공무원의 친절한 자세는 기분 좋은 일이고, 비록 자신의 민원사항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들을 이해하게 만드는 묘약에 해당한다. 다시 한번 행정의 제 1의 임무가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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