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유봉식 선생이 운영하는 ‘MK택시' 신화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적수공권으로 일본에 건너가 고작 10대의 택시를 가지고 운수사업에 뛰어든 유 선생은 ‘감사합니다' 운동과 ‘택시를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남다른 친절 서비스로 MK를 현재 일본 전역에서 1천 500대가 넘는 택시를 소유한 굴지의 회사로 키워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사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전범국가이자 군국주의 국가로, 또 한편으로는 생선을 날 것으로 먹는 미개한 사람들로 서방에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알려졌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고자 일본은 1964년 동경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작은 친절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이 운동은 일본인 특유의 상냥함에다 상대방이 말하기 전에 스스로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서 신경 쓰는 자세인 ‘기쿠바리(氣配い)'가 더해지면서 일본은 세계가 인정하는 친절왕국이 되었고, 이로써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렇듯 친절은 기업 성공의 필수 요소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국가 이미지 자체를 바꿀 수도 있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무형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정부 관료가 친절하냐의 여부로 선진사회와 후진사회를 구분하기도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 2만 불의 선진국가 건설을 표방하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친절 서비스와 행정 고객 만족도 제고에 나서는 것도 친절한 관료, 친절한 행정이 바로 선진사회의 징표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국가안보행정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병무청의 경우에도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투명한 행정을 위해서 지난 수 년여 동안 부단한 노력을 전개, 모든 업무를 전산화 하여 부정과 비리가 개입될 여지를 차단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업무개선과 정보화에 중점을 둔 나머지 국민의 진정한 사랑과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친절 서비스에는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또 하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병무행정의 속성상 친절한 서비스는 어렵다는 잘못된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이러한 인식과 태도를 개선하고자 올해를 ‘친절 병무청 원년'으로 선포하고 대대적으로 친절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인천?경기지방병무청 민원실도 “직원이 편하면 민원인이 불편하고 직원이 불편하면 민원인이 편하다”는 친절 표어 아래 2회 이상 민원실을 방문하다 불편을 느끼신 분들께 소정의 상품권을 드리고 있고, 연로하시거나 몸이 불편하신 민원인들에게 귀가하실 때 차를 태워드리는 등 몇 가지 친절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렇게 하면 친절한 행정서비스'라는 친절 매뉴얼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친절이라는 것이 구호나 표어, 소란스러운 단발성 이벤트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터, 민원실을 방문한 모든 분들이 나의 고객이라는 진실한 마음이 담당직원의 태도와 말투, 표정에서 그대로 배어나야 함을 이번 운동을 통해 절감하고 있다. 말하자면 진정한 정신개조, 정신혁명이 없는 한 친절한 병무청, 친절한 민원실 만들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는 뜻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민원실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 역시 얼마 전까지 공무원의 친절봉사에 약간은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민원인들에게 생글생글 웃고 아무리 친절하게 대한들 누가 알아주나' 하는 식의 구태의연한 생각인데, 최근 어떤 책에서 ‘완벽한 인간보다 친절한 인간이 더 유능한 인간이다'는 구절을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친절과 상냥함 그리고 진심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공복(公僕)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 도리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온 몸이 경직되어 있던 사람이 부드러운 몸이 되어 밝게 웃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부정적인 과거와 과감히 절연하겠다는 의지만은 확고하기에 앞으로 인천?경기지방병무청 민원실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께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