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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동안 바둑 자체를 공부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군 생활은 나에게 부족했던 승부욕을 갈고닦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당시 부대의 배려로 나는 가끔 국내에서 열리는 바둑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외출 형식으로 대회 참가를 위해 부대 문을 나설라치면, 지휘관이나 선임병들은 지고 오는 날엔 얼차려라며 엄포를 놓곤 했다. 물론 승패 때문에 얼차려를 받은 일은 없었지만 그분들의 격려성 엄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정신을 깊이 심어주었다. 군인 정신으로 바둑을 두었다고나 할까.
일본 유학 당시에는 지나친 승부욕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받곤 했다. 승부에만 집착하다 보면 모험이나 새로운 변화는 피한 채 자기가 아는 확실한 길로만 바둑을 두기 때문이다.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활달하고 과감하게 바둑을 두어야 늘 푼수가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에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정신이 부족했었다. 하지만 입대 당시에는 이미 프로기사로서 독립이 가능한 5단. 단단한 기초 위에 갈고닦은 승부욕은 그 후 나의 바둑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결국 군인 정신으로 대국에 임한 끝에 공군 병사로서 74년 1월 첫 타이틀인 제14기 최고위 타이틀을 따냈다. 당시 주위 분들은 공군이라는 나의 신분에 빗대 “폭격은 시작되었다”는 말로 축하해주셨다.
돌이켜보면, 나는 군 생활 동안 바둑 공부를 계속할 수 없었지만 바둑알을 잡지 않고도 바둑에서 승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승부욕을 배웠다. 누구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하고 있는 공부, 하고 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실력을 발전시킬 기회를 완전히 상실한 것은 아니다. 실력 배양은 때론 전혀 다른 방향에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 생활은 육체적ㆍ정신적으로 한 인간을 훌쩍 크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성공적인 군 생활을 하느냐 마느냐는 당사자에게 달려 있는 만큼, 모든 장병들이 군 복무 기간을 최선을 다해 자기 발전의 시간으로 만들기 바란다.
(중앙 M&B “성공하고 싶다면 군대에 가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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