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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그때 국군방송을 진행하는 병무홍보대사 홍경민의 입영축하멘트에 이어서 인기가수 장나라의 히트곡 ‘난 여자랍니다'가 객실에 울려퍼지면서 분위기는 다시 명랑해졌다. 이어 입영열차의 속도가 빨라지고 객실 천정 모니터에 「현재 속도 시속 300㎞ 돌파」라는 자막이 뜨자 순간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졌다. 이별의 아픔을 잊고 잠시동안이나마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오늘 행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한편 다른 객실에서는 불꽃튀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오늘 행사가 1회성으로 보도가치가 떨어진다는 기자의 의견에 대해 송두표 공보관은 “병무청은 1986년부터 자유롭게 입영하는 개별입영제도를 도입하였고, 1997년부터는 이를 더욱 발전시킨 입영열차를 이미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결코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성실한 병역의무자들에게 고속철 시승 기회와 입영편익을 제공하고 싶은 병무청의 친절과 봉사의 발로인 것입니다.”
 입영열차는 1시간 20분만에 논산역에 도착하였고, 논산시장의 꽃다발 증정과 농악대의 환영굿을 마지막으로 고속철 시승 입영행사는 무사히 끝났다.
“입영장정 집합” 하는 부대장의 구령소리가 떨어지자 서로를 위로하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는데, 어머니도 울고, 애인도 울고, 아버지도 눈시울을 붉혔다.
 군막사로 들어가는 아들의 마지막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말없이 눈물만 훔치는 어머니의 애처로운 모습에서 진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징집되는 장동건 형제와 처절한 절규의 이별을 하는 그 어머니 마음과 오늘 말없이 눈물 닦는 애별리고(愛別離苦)의 저 어머니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학도병 징집열차와 오늘의 고속철 입영열차가 오버랩 되었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나, 그 둘은 분명히 상반되는 모습이지만 국가의 필요에 의해 징집된다는 사실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해 보인다. 그러나 단순히 그러한 논리로써만 병무행정을 수행한다면 영화 속 50년 전의 징집과 오늘의 행정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시대와 환경이 변한 지금은 그때하고는 차별화된 그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인가? Humanity. 휴머니티가 머릿속에 빙빙 돈다. 휴머니티를 갖는 병무행정을 펼칠 때 진심 깃든 친절과 배려, 창의력이 생길 것이라는 상념의 나래를 펼치는 동안 어느새 고속철은 출발지인 용산역에 도착하였다.
아들을, 애인을, 남편을 군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승가족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입영장정들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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