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 불균형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장 대표적인 성비 불균형의 원인은 가부장 제도하에서 아들을 낳지 않은 여성들에게 남편과 시댁 가족들로부터 가해지는 유·무언의 압력과 협박(?)을 들 수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며느리로 주부로 여직원으로 살면서 성차별을 경험했던 여자들이 자신의 아이는 그렇게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바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출생성비의 불균형은 사회적으로는 단순히 신부감을 구하기 어렵다는 차원 이상의 심각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직장 내 성비 불균형은 어떤 문제를 가져 올 수 있을까? 우리 청의 경우 여성의 비율 증가에 따라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출산휴가로 인한 업무공백 초래다.
올해부터 출산휴가가 종전 2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높다. 실제로 한 시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신한 여직원에 대한 기피는 남자 상사들보다 여자상사가 더 높다는 결과가 발표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출산휴가로 인한 공백 채우기는 남자 직원뿐만 아니라 여자 직원에게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 빈번한 숙직을 꼽을 수 있다. 남자는 숙직을, 여자는 일직을 하는 현 당직제도에서 우리청의 경우 여직원의 경우는 3개월에 한번 일직을 하지만 남자직원의 경우 한달에 1-2번 정도의 숙직을 하게되어 이로 인한 개인생활과 업무수행의 어려움이 대두되고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는 정책결정자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먼저 출산 휴가시 파트타이머라든가 임시직 고용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준다면 업무 숙련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출산휴가를 떠나는 사람이나 남아 있는 직원이나 지금의 과중한 업무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또, 당직의 문제는 현재 무인경비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는 청사에서 숙직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할 수 있다. 일선 학교의 경우 당직제도가 사라진 지 오래고, 중앙부처에서도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대신하는 부처가 많다. 전화민원 등의 경우도 인터넷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므로 주5일 근무시대를 살고 있는 현 사회에서 당직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직장내 성비 불균형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나의 견해는 없다는 것이다. 한 직장내 문제는 여성 남성 성비 구성의 문제가 아니고 구성원 개개인의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이 있고 없고의 문제며, 믿어주고 안 믿어 주는 것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10년전 처음 공무원생활을 시작했을 때 전화를 받으면 “남자 직원 좀 바꿔 주세요” 라는 요구를 종종 들은 적이 있다. 병무청이 군(軍) 이미지가 강해서였을까? 같은 사항이라도 여직원이 안 된다고 하면 못 미더워서 남자직원에게 한번 더 확인하는 민원인, 또 주요업무는 남자 직원을 시켜야 안심하는 상사들(요즘은 그 구분이 없어지는 추세인 것 같기는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문제가 될 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직원의 잘못도 있다. 계획이나 중요업무는 못한다고 뒤로 빼거나 허술한 업무처리로 신임을 잃었을 수도 있고, 또 육아를 이유로 회식에 빠져 구성원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단지 여직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차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남자직원의 경우도 그럴 수 있고 여직원의 경우도 아닐 수 있으니까.

요즘에는 성차별이라는 말에 맞서 역 차별이란 말이 더 유행하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으로 오히려 남자들이 차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실상은 유엔 개발계획(UNDP)이 지난해 국회와 고위행정관리직, 전문기술직 여성비율 남녀 소득차 등을 고려해 산출한 여성권한 지수(GEM) 순위는 주요 6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61위 였다고 한다.
우리 나라가 여성권한 지수 순위가 10위권에 들 때쯤이면 지금 사회적 문제가 되는 성비 불균형 문제는 자연히 해소되리라 믿는다.

출근길에 외환위기 이후 취업전쟁이 거듭되어 오면서 올해 취업 경쟁률이 100:1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음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무엇보다 소중한 내 직장에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사람이 아닌 꼭 필요한 아니 가장 뛰어난 직원이 되자고. 그래서 이제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는 사람이 아닌 당당히 주장하고 또 대우받을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