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에 과일향이 묻어나는 향기로운 날, 부전시장에 위치한 부산지방병무청은 시장상인들과 함께 활기찬 하루를 시작합니다. 병무청 도우미를 시작한 지도 벌써 넉 달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기서 많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항상 즐겁게 일할 수만은 없어서 가끔은 혼자서 화도 내 보고 서로를 위로해 가면서 도우미 생활을 나름대로 사명감을 갖고 알차게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경험들 중 기억나는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입니다. 말끔히 차려입고 오신 아주머니가 우리를 쳐다보고 눈물부터 흘리시면서 병적증명서 발급을 부탁하셨습니다. 아침인데도 술 냄새가 확 나는 것이 이상하다 생각했으나 더 물어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서 아들 생각으로 서럽게 우시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급히 서류 발급이 되도록 도와 드렸더니 고맙다면서 손을 꼬옥 잡으셨습니다. 비틀거리면서 나가시는데 혹시나 다칠까봐 걱정스럽더군요^^

언젠가 귀가 잘 안 들린다고 하시면서 손과 발로 전하는 사연을 듣고 병적증명서를 발급 받게 한 후 수수료를 달라고 했더니 잘못 알아들으시고 2만원을 주셨습니다. 다시 백원짜리 동전을 2개 보여드렸더니 알고 있다 하시면서 그 돈으로 해결하고 남는 돈으로 점심을 사 먹으라고 하시고는 황급히 나가시는데 그 돈을 돌려드리려고 한참 실랑이 끝에 할아버님 호주머니에 돈을 넣어드리고 돌아왔습니다. 연신 고맙다는 할아버지께 괜히 머쓱해지면서 그래도 마음 한 곳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황당한 일을 겪은 적도 있습니다. 병적 기록상의 이름 정정을 위해 다른 민원인에게 설명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체구가 작고 순박하게 보이는 할머니께서 다짜고짜 우리더러 행정상의 착오로 인한 실수를 왜 자기들이 인우보증인을 세워야 하시면서 심하게 화를 내면서 욕을 하고 책상을 두드리시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어찌할 줄을 몰라 화가 가라앉기를 기다려 다시 천천히 잘 설명을 해 드렸더니 그제서야 알겠다면서 돌아가셨습니다. 보훈청과 병무청을 몇 번씩이나 번갈아 오가셨던 할머니의 사정도 이해하지만, 마치 어릴 때 선생님께 혼나는 것처럼 한바탕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그러나 병적증명서를 발급 받으신 할머니께서는 그때 일은 다 잊으신 듯 꼭 보답하겠다는 말씀을 하시곤 돌아가셨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피부가 뽀야니 너무 이쁜 아가씨가 귀국신고를 한다고 하길래 남자형제 대신 온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자였습니다. 당황스러우면서도 한편은 신기해서 꼭 TV속의 하리수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이상의 몇 가지 에피소드는 병무청에서 일어나는 일 중 극히 일부분입니다. 민원실의 하루는 숨가쁘게 돌아갑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찾다 보니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침을 시작할 때는 오늘은 어떤 민원인이, 어떤 일로 찾아올까 싶은 설레임마저도 가지게 된답니다. 작은 친절에 고맙다고 수줍어하시면서 내미는 커피 한 잔에 우리 또한 고마움을 느끼면서 이런 게 사람 살아가는 정이구나 싶습니다. 정성을 듬뿍 담아 민원인을 대하시는 정성득실장님을 선장으로 한 배를 탄 우리 민원실 사람들은 민원인들에게 ‘고객감동’이 아닌 ‘고객 졸도’라는 친절을 목표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