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 겨울이 깊어가던 2001년12월18일 아들이 군 입대를 했다.
가는 곳 강원도 춘천 102보충대, 아들이 입대하던 날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유난히도 을씨년스러웠다. 23년 전 나도 강원도 인제에서 피끓는 청춘의 짧지 않은 세월을 설악산 자락의 수려한 산천에 묻으며 육군병장의 작대기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실감하고 돌아왔지만, 아들이 그곳으로 입대한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참으로 먼 강원도 땅이 이방인처럼 다가왔다.

아들은 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하고 8개월 동안을 인생사 더불어 사는 삶의 현장을 체험하겠노라고 식당과 게임방을 오가며 알바(아르바이트)라는 직업(?)으로 세상살이 눈치보는 요령을 습득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친구 따라 군대를 가겠다고 입영원을 냈다. 이듬해 1∼2월 달에 논산훈련소나 후방사단으로 입대하라는 충북병무청 담당직원의 친절하고도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2001년12월18일 102보충대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아든 아들에게 나는 한마디를 물었다.
“너 진짜 후회하지 않느냐?”
녀석의 대답은 무척 간단했다.
“아버지가 병무청에 근무하시므로 더욱 더 그곳으로 가야지요”

아들이 입영통지서를 받고 난 뒤로 나는 많은 친구들과 친지들로부터 진짜로 강원도 전방으로 입대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무수한 구박을 받아야만 했다.
“어째 애비가 병무청에 있으면서......ㅉㅉ”
그때마다 우리 집에서는 새로운 용어 하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수는 강원도 카츄사로 입대한다고...... 새로 생긴 부대라고......”
위로를 하겠다고 전화를 한 친구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야, 언제 그런 게 생겼냐? 내 아들도 좀 보내줘라”
“응, 그러지 뭐, 그런데 거시기...... 그게 한시적으로..... 금년밖에 없데나 어째다나......”
아들이 입대하기 전날, 하루 휴가를 받고 돌아서는 등뒤에서 지금은 정년퇴직을 하신 국장님이 웃으시며 하신 말씀
“그래도 지아부지 병무청 다닌다고 자랑했겄제......”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흘 뒤, 너 입대하라고 이 길을 새로 닦았노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아들을 102보충대에 입소시키고 돌아오는 날 아내는 무척 울었다. 수많은 이 땅의 어머니들이 눈물을 뿌리며 울고 돌아갔을 그 길을 아내는 울고 또 울며 그렇게 돌아왔다. 그 후 아들은 강원도 화천 이기자부대 79연대 1대대 2중대에서 씩씩한 군인의 길에 땀을 쏟았고 지난 8월에는 첫 정기휴가를 다녀갔다. 카츄사 생활이(?) 무척이나 힘들었던지 온통 새까맣게 그을린 육군 일병이 집에 들어서던 날, 난 다시 물었다.
“너 지금도 후회 없니?”
“예, 이기자(경례구호임), 아주 좋습니다.”

아들이 입대한 후 나는 병무상담을 하기에 아주 편해진 게 한가지 있다. 입영시기와 입영부대를 놓고 수많은 입영대상자들과 그 부모님들이 걱정을 하고, 그 중의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좀더 편한 곳은 없는지, 춥지 않거나 덥지 않은 시기에 갈 수는 없는지를 열심히 고민하시는 분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상담을 해온다.
“우째 내 아들을 102보충대로 보낸디야, 강원도는 멀고 추운디......”
“선생님, 제 아들도 작년 섣달에 102보충대로 입대하여 강원도 화천에서 군 생활 잘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카츄사 파이팅』, 『이기자부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