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7월 모친과 형의 소상에 참여하기 위해 귀국한 그는 고향마을인 원촌과 안동풍산에서 일박하고 상경한 뒤 기다리고 있던 헌병대에 검거되는데 이후 부인 안일양은 동대문형무소에서 마지막으로 육사를 보았다고 전한다. 20여일동안 구금생활 중이었던 그는 전에 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딸의 볼에 얼굴을 부비며 “아빠 갔다 오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가족과의 마지막 면회 후 베이징으로 끌려간 육사는 베이징주재 일본총영사관경찰에 구금되고 다음해인 1944년 1월 16일 새벽, 감옥에서 순국하였다. 그의 마지막 길은 동지이자 친척인 이병희 여사가 증언해 주었는데 육사가 사망했으니 시신을 인수해가라는 연락을 받고 베이징감옥에 가서 관을 인수하고 화장을 했다는 것이다. 유골이 든 상자는 이귀례라는 친구의 집에 잠시 맡겼다가 9일이 지난 후인 44년 1월 25일 원창에게 넘겨져 미아리 공동묘지에 안장되고 1960년이 되어서야 고향마을에 이장되었다.
타지의 어느 항구에서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는, 담배를 피우며 ‘눈동자에 짜운 소금이 저려’지도록 삭막해져 가는 고향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그는, ‘바람 불고 눈보래 치는’ 현장속으로 아낌없이 자신의 삶 전부를 내던진 그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그와 절친했던 신석초는 “그는 40세의 짧은 생애를 조국에 바쳐 열열히 산 풍운아였다. 그의 겸허한 얼굴은 언제나 폭풍우 앞의 정적과 같은 고요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그 혼의 불꽃을 시로 불태웠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시는 죽음을 초월하는 저항정신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참여와 저항문학에 일가를 이루었으며 강건하고 정제된 시풍은 당시 모더니즘과 여성편향적인 어조가 난무하던 문학사에 또 다른 족적을 남겼다.
또한 그의 생과 혼은 목숨조차도 아깝지 않을 조국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하는 아픔과 대가가 얼마나 지독하게 슬픈 것이냐고...
부지런한 계절이 피고 지고, 매화 향기 아득한 광야에 백마 탄 초인이 있어 목 놓아 부르는 그 의미는 아마도 영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