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들한테는 고객 상담 시 하나의 철칙이 있다고 들었는데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종교와 정치에 대한 관점이 개인의 정체성이나 자존심이기 때문이지요. 대화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자존심 대결이 되고 영업은커녕 얼굴 붉히며 돌아설 수 있으니까요. 이번 원고는 종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걱정이 앞섭니다.
영화를 보면서 원작자가 해박한 역사적, 철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갔구나 하고 생각하였는데요, 그런 만큼 이 영화는 그런 사실들을 알지 못하면 사실 제대로 감상할 수 없는 수많은 기호를 갖고 있습니다. 이 글은 영화를 지배하는 근본 입장을 알아보는 방향으로 써질 것이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기독교는 인간이 본격적으로 문명생활을 하기 시작했다는 지난 7,000여 년 간의 역사 중에서 2,000여 년 동안 유럽을 지배했고, 여전히 세계를 풍미하고 있는 종교입니다. 하지만 과연 오늘날의 기독교가 예수가 가르침을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순교를 하면서 지키려 했던 초기 기독교의 모습을 제대로 담고 있느냐가 이 영화가 제기하는 관점인 것 같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해되지만 역사적 자료들을 분석하다보면 공감가는 데가 사실은 많습니다.

작가의 첫 번째 반기(反旗)는 스치듯 지나가는 한 사진에 있습니다. 한 강연회에서 기호학 교수인 랭던이 ‘모자상’을 보여주고 무엇이 연상되냐고 묻습니다. 몇몇의 청중이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라고 대답하는데 랭던은 ‘이시스 여신과 그의 아들 호루스’라고 정정해 줍니다.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 믿음은 기독교 고유의 신앙이 아니라 이교도의 것에서 따온 것이고 따라서 예수는 신이 아니라는 견해지요. 이것은 인간인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하여 자손을 보았다는 이야기로 연결이 되는 거구요. 이미 예수탄생일에 대한 기록이 복음서 어디에도 없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데요, 그렇다면 예수 탄생일은 무엇을 근거로 정해지게 되었을까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체적으로 신화나 문화인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의견은 아도니스나 미트라 같은 태양신 숭배의식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12월 25일이면 얼추 우리나라 ‘동지’에 해당하는 절기고 이 때는 해의 길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 때를 기리는 종족이 많고 설날로 삼는 나라도 있습니다. 태양이 부활했다고 보는 거지요. 작가가 어디서 이런 발상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70여 년 전 영국의 인류학자 프레이저는 그의 저서 <황금의 가지>에서 그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적어놓고 있습니다. T.S. 엘리엇이 영감을 얻고 노벨수상작 ‘황무지’를 지었다는 책입니다. 또 콘스탄티누스 대제를 들먹이는 대사도 많은데요. 그는 313년에 밀라노 칙령에 의해 기독교를 공인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제국의 천년 고도 로마를 버리고 콘스탄티노플이라는 기독교 신도시를 세운 사람입니다. 또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를 신의 아들로 결정했구요.당시에는 신과 예수는 동위가 아니다 라고 주장한 아리우스파와, 삼위일체설 즉 신과 그 아들 예수와 성령은 동위이다 라는 아타나시우스파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예수를 신으로 판결한 사람이 이교도의 수장인 콘스탄티누스입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수많은 주장에 의해 중심을 잃고 작은 종교로 끝날 수도 있던 기독교를 하나의 결집력으로 응집시켜 세계적인 종교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가 분열되는 로마를 통일시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기독교 발전에 공헌한 힘이 크기 때문에 ‘대제’란 명예로운 호칭을 얻게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후의 역사는 기독교도들에 의해 쓰여지고 따라서 자기네 믿음을 발전시킨 사람을 높게 칭송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