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
80,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해마다 6월이면 귀에 익숙하게 들어오던 표어였다. 6월만 되면, 반공 글짓기다, 웅변대회다 각종 행사도 많았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이승복”영화는 6월만 되면 TV에서 자주 방영 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동안 6·25전쟁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는데, 올해초 인사이동으로 지금의 병적증명서 발급담당을 하게 되면서 6·25전쟁이 내 생활의 모든게 되어 버렸다.
70, 80연세의 분들, 아니면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의 전쟁 기록을 찾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인사이동이 있고 난후 한동안은 잠을 설칠 정도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날도 아침에 출근하여 여러 어르신들과 상담중 이었다. 창구직원이 잠시 나와서 상담해야겠다는 말을 듣고 나가보니, 너무나 고우신 한 할머니가 제발 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시며, 육군본부에서 받은 공문을 조심스레 내미셨다.
들어본 사연인 즉, 할머니는 올해 연세가 80세로 20살에 남편과 결혼하여 첫딸을 낳았고 그해 6·25전쟁이 발발하여, 남편은 징집되어 전쟁터로 나간 후 소식 한번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전사 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남편의 묘지가 있는 곳이 다른 사람의 땅이어서 국립묘지로 이장을 하기 위해 육군본부에 민원제기를 했었지만, 육군본부에서는 성명이 달라서 사망확인서를 발급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오늘 병무청에 찾아왔노라고 하셨다.
할머니 남편의 성함은 우○진(禹○震 ), 우리병무청의 자료를 찾아보니 거주표는 없고 마이크로필름에 우○노(禹○露)로 기재되어 있고, 육군본부 병적관리과와, 인사운영처에 확인결과 각각 우○노, 우○양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성명 정정에 도움이 될 만한 아무런 자료도 찾아내지 못했다. 몇일동안 고민을 하다가 형제 중에 우희노라는 성명을 가진분이 있는지 확인해보니 없었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보훈청에 문의를 해보니 우○진이라는 분이 국가유공자로 등록이 되어있다고 하는게 아닌가.. 보훈청 직원에게 그간의 일을 다 설명하고, 혹시 이분의 다른 기록이라도 있는지 찾아봐 달라고 사정한 후 몇일을 기다렸다.
몇 일후 자료를 찾았다는 보훈청직원의 전화에 너무나 기뻐 자료를 받아보니 50년이나 된 사망통지서였다. 사망통지서는 군번과 성명이 정확하게 적혀있었다.
그 사망통지서를 보는 순간 그간의 모든 시름이 한꺼번에 다 사라지는듯 하고 빨리 이 소식을 할머니께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먼저 전화부터 드렸다.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면서, 이제사 한시름 놓겠다고 하시면서, 이제 죽어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다고 하셨다.
할머니와의 전화를 끊고 그분의 병적증명서 발급을 하면서 다시 그분의 사망통지서를 보게 되었다. 사망통지서를 처음 봤을땐 몇일동안 나를 잠못들게 했던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기만 했는데, 할머니의 얼굴이 점차 떠오르면서 그 젊으신 나이에 남편의 사망통지서를 받고 얼마나 슬프고 절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전쟁터에서 돌아가신분은 어린 자식과 젊은 아내를 두고 제대로 눈이나 감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의 병적을 확인하다보면 너무나도 많은 난관에 부딪치게 된다.
전쟁중의 기록이 제대로 있을 리가 만무하고, 대부분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 그 기록을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인사이동이 있고 얼마 안 있어 내 전임자에게 업무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전임자의 말이 “그래도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분들은 다들 나라를 위해 싸우신 분들 아니냐, 그리고 그분들의 기록을 찾아 드리는게 우리의 의무아니겠냐”고 한 말이 요즘은 참 일리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또 어떤 사연을 가진 어르신이 오실지.. 몇년전에 보았던 “태극기 휘날리며”를 다시 한번 더 보고싶은생각이 든다. 나를 찾아오시는 분들도 다들 태극기휘날리며의 진태나 진석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꿈꿨지만, 전쟁이란 참혹한 현실로 인해 그 작은 꿈을 버려야만 했던 분들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보람되고기쁜일 아니겠
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