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이육사로 너무나 잘 알려진 그가 26세에 발표한 첫 시이다. 1944년 1월 16일 베이징의 어느 감옥에서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해 차마 감기지 않는 눈을 감은 그가 시인으로서 활동한 기간은 10년 남짓. 작품수도 30편 미만으로 시인으로서의 활동이 양적으로 그리 왕성하지 않았으나 청포도, 절정, 광야같은 작품들의 명성에 시인과 투사라는 그의 모습 중에서 한쪽만이 부각된 면이 없지 않다. 시인이기 이전에 그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투사였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항일운동가였다. 목숨과도 같은 신념을 위해 만주와 중국을 무시로 드나들며, 39년 7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생애동안 17번의 옥살이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독립운동은 어떠했을까...

1904년 4월 4일 경북 안동의 원촌에서 이퇴계선생의 14대손으로 태어난 그는 보수적인 안동 유생중에서 드물게 진보적인 선각자의 면모를 지녔던 조부 이중식옹의 영향으로 집에서 한학을 배우는 한편 조부가 창설한 학교인 보문학숙에서 신학문에도 눈뜨게 된다. 게다가 왕산 허위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애국투사를 배출한 외가의 영향으로 시대의 아픔과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젊은이로 자라난 그는 1925년 항일독립운동을 위한 무장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1926년 ‘6·10만세운동’으로 우리 민족의 저력과 이에 당황한 일경의 가혹한 정책으로 국내가 뒤숭숭하던 시절. 육사가 중국 베이징에 다녀오는 등 보다 적극적인 독립운동의 활로를 모색하던 중 대구 전체를 뒤흔든 거사인 ‘장진홍 의거’가 발생, 조선은행 대구지점에 폭탄을 터뜨린 이 사건에 연루되어 육사를 비롯한 원기, 원일, 원조형제들이 검거, 1년 7개월의 옥살이를 하게 된다. 그러나 2년 뒤인 1929년 장진홍이 검거되면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과 육사형제들은 연관이 없었고, 대구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독립인사들을 일망타진하기위해 일경이 혹독한 고문을 통한 거짓증언으로 사건을 날조했다는 것이다.
억울한 감옥살이를 끝내고 육사는 ‘말’을 조선일보에 발표해 시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딛는데 힘든 현실상황에도 불구하고 앞을 가로막는 구름에 굴하지 않고 이를 헤치려는 말의 모습에서 그의 꺽이지 않는 남성적인 기상을 느낄 수 있다.
석방 후 중외일보의 기자로 활동하는 등 짧은 휴식기간을 가졌지만 시대와 세상은 그를 가만 두지 않았다. 29년 11월에 터진 광주학생항일투쟁의 기운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대구에서도 3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