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 동조하여 동맹유학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거리 곳곳에 일본을 배척하는 내용의 격문이 뿌려지는 ‘대구격문사건’이 일어나 일경의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진 것이다. 육사는 배후조종자로 지목되어 체포되었고 또 다시 2개월 동안 옥고를 치러야했다. 석방 후 잦은 만주 나들이를 하며 항일을 위한 열정을 지속하던 그는 실천적인 전략으로 1932년 의열단 산하 군사간부학교에 입교하게 된다.
육사의 항일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장항일운동의 이론과 실천적 배경이 된 군사간부학교의 활동에 대해 다소 자세히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당시 동지로는 김원봉, 김세주 등이 있고 같이 졸업한 1기생은 최종 26명이었다. 군사간부학교의 이수기간은 32년 10월 20일부터 33년 4월 20일까지로 이들은 견습사관의 대우를 받고 아침 6시에 기상하여 훈련하고 저녁에는 교양과목과 군사학을 교육받았다. 여기에는 정치학, 사회학, 통신법, 연락법, 피신법, 서류은닉법, 무기운반, 철로폭파 등이 포함되어 있어 철저히 무장해방운동을 지향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이렇게 중국에서 군사간부로 육성되는 동안에도 일경은 그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해 수배하고 있었는데 34년 7월 안동경찰서의 보고내용을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배일사상, 민족자결, 항상 조선의 독립을 몽상하고 있음... 민족공산주의로 전향한 성정으로 보아 개전의 정을 인정하기 어려움...”

군사학교졸업 후 다시 국내에 잠입한 육사는 언론활동을 통해서 민족의 독립의식을 고취시키고 청포도(『문장』 7호, 1939.8), 절정(『문장』 12호, 1940.1) 등 저항시의 백미를 잇달아 발표해 시인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한편, 식민지 시대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이를 초극하려는 의지를 표현해 민중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절망적인 상황, 극한적 한계 상황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자기 관조의 여유, 가열차고 준엄한 선비의 자세, 정연한 한시와 같은 흐트러짐없는 구조, 대륙적이고 남성적인 목소리, 육사 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후 일제가 한글사용을 규제하자 한시만 발표하는 등 꾸준히 참여문학에 한가운데 있던 그는 1943년 충칭과 옌안등을 돌며 당시 독립군의 무장항쟁과 걸음을 같이하여 국내에 무기를 반입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도모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