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초기 심리학자 토란스는 美 공군으로부터 항공기 승무원들이 추락 후 적진 후방에 고립되었거나 飢餓와 위험의 극한적인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를 위해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이미 그러한 경험을 했던 생존자들을 만나 인터뷰하였다. 그런데 그가 이 과정에서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로 발견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창의력이었다.
승무원들이 아무리 많은 훈련을 받더라도, 실제 상황에 직면하면, 그들은 거의 항상 전혀 예상치 않았던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해야만 한다. 생존했던 사람들은, 훈련을 통해 배우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생존 방법을 생각해내기 위해 자신들의 훈련 내용과 인생 경험의 여러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야만 했다. 즉 창의력은 바로 생존의 도구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발견은 오늘날의 지식정보화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오늘날과 같이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증폭된 비연속성의 시대에서 창의력은 바로 생존의 필수 요소인 것이다. 여러 미래학자들이 21세기를 창의력의 시대라고 일컫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이다. 오늘날 조직 경쟁력의 원천은 산업화사회에서와 같은 자본이나 대규모 시설과 같은 유형의 자산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에 있다. 이러한 무형자산은 바로 조직 구성원들의 ‘창의력’에 있으며, 이것이 바로 조직의 핵심역량 중의 하나이다.
더구나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성실한 한 사람이 열 사람을 먹여 살렸다면 산업사회에서는 유능한 한 사람이 백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창의적인 한 사람이 만 명 또는 백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효과를 지닌 창의적 성과는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창의력은 예술분야나 과학분야에서나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든지, 지능이 높은 특별한 사람들에게서만 나타난다고 보는 것은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창의력은 누구에게나 발현될 수 있는 것이며, 사회심리학자 어마빌레이가 제시한 1) 지식과 경험, 2) 창의적 사고, 3) 내적 동기(일에 대한 열정과 몰입)의 세 가지 요소를 갖추면 된다.
먼저,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서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양자물리학에 대한 기본 지식없이 현대 물리학분야에서 창의적인 업적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지식이란 오랜 기간의 학교 교육을 통해서 획득되는 지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해당 분야의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의미하며, 따라서 누구든지 충족할 수 있는 창의성의 요소이다. 그러나 토마스 쿤이 지적했듯이 특정 패러다임에 몰입되어 있을수록 그 패러다임의 지배를 벗어나기가 어려운 것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다보면 그 분야를 지배하는 기존 생각과 사고의 틀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 번째 요소인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 즉,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사고 틀을 뛰어 넘고 남과 다른 생각과 사고를 해야 한다.
기존 지식이나 사고 틀이 우리의 창의적 사고를 얼마나 제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인지심리학자 워드의 실험 사례를 살펴보자. 그는 대학생들에게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는 전혀 다른 한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상상하고, 그 생명체가 어떤 모습일지를 그려보라고 하였다.
그런데 많은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그림에 지구상의 동물들의 특성을 그대로 적용하였는데, 예를 들어, 외계 생명체에다 독특하게 생긴 머리에 두 개의 눈, 또는 두 개 또는 네 개의 다리를 대칭으로 그리는 식이었다. 대학생들이 외계 생명체의 모습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독창적인 가능성을 생각해 내지 못하는 것은 다른 위성에 사는 생명체들이 왜 꼭 그렇게 생겨야 하는 지에 대한 아무런 근거 없이 지구상의 동물들에 대해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이 외계인에 대한 상상력을 채색해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존 지식과 상식을 넘어서는 역발상적 사고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