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왜 영화는 기독교인들이 콘스탄티누스에게 속아 살아왔다고, 그리스도교가 피를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고 비판하는 걸까요?그걸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왜 그리스로마 신을 믿는 다신교 최고제사장인 그가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를 인정하고 진흥시키려 애썼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요, 우선은 생모 (헬레나 황후)와

이복누이가 기독교인이었다는 가족적 배경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어떤 책에서는 오히려 생모가 아들을 따라 개종했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어머니가 유태인이었다니까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황제 자리를 끝까지 지키고 싶은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신을 이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시는 황제가 한 명이 아니라 네 명, 또는 여섯 명까지 가던 시대였는데, 그전부터 이미 황제들은 단명으로 자리를 떠나게 됩니다. 백성의 신임을 못 받으면 그대로 쫓겨나거나 죽임을 당하는 게 로마의 황제들이었으니까요. 게다가 그는 아버지가 황제자리를 위해 생모를 버린 냉혹한 현실도 맛본 사람이라 그 자리에 대한 애착이 더 컸을거라는 추측입니다. 결국 콘스탄티누스는 황제 자리라는 건 신이 준 자리라는 것, 그러니까 백성들이 자기를 함부로 쫓아낼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 유일신을 인정하게 됐다는 얘깁니다. 이유야 어쨌든 장인, 처남, 매제, 후처와 맏아들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람이니까 그를 현실적이고 독단적인 면이 강한 사람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그에 의해 ‘예수는 신이다’라는 하나의 틀이 정해지고 나니 다른 모두는 이단이 되었고, 이단은 없애버려야 할 무엇이 되어버렸습니다. 없애버린다는 것은 폭력을 동반합니다. 성경은 그후 수십 년간의 편집을 통해 4C 후반쯤에 오늘날의 복음서로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여러 부분에서 그 해석을 두고 수많은 교파가 난립하게 되어 서로 이단이라며 유혈낭자한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마녀사냥이나 십자군전쟁을 비롯한 헤아릴 수도 없는 종교전쟁. 신대륙 개척시나, 1, 2차 세계 대전 등에서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종들을 말살하듯이 없애버렸으니, 피를 바탕으로 했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왔으리라 봅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을텐데 부정적인 면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번쯤은 이런 문제를 알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10여 년 전에 벌어진 코소보 사태에서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교인들을 청소하겠다고 나선데서 볼 수 있듯이 기독교의 폭력성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교도인 로마 황제에 의해 기독교사가 새로 쓰여지게 되어 결국 예수의 의도가 변질되었다고 보는 겁니다. 로마인은 그리스인에 비해 전쟁의 신 마르스(Mars. 그리스에서는 Ares. 영어 3월 March의 어원이 됨)를 높은 자리에 올려놓은 호전적인 사람들이구요. 종종 로마가 기독교를 통해 세계를 지배했다고 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