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의해 ‘예수는 신이다’라는 하나의 틀이 정해지고 나니 다른 모두는 이단이 되었고, 이단은 없애버려야 할 무엇이 되어버렸습니다. 없애버린다는 것은 폭력을 동반합니다. 성경은 그후 수십 년간의 편집을 통해 4C 후반쯤에 오늘날의 복음서로 완성되었다고 하는데 여러 부분에서 그 해석을 두고 수많은 교파가 난립하게 되어 서로 이단이라며 유혈낭자한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마녀사냥이나 십자군전쟁을 비롯한 헤아릴 수도 없는 종교전쟁. 신대륙 개척시나, 1, 2차 세계 대전 등에서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종들을 말살하듯이 없애버렸으니, 피를 바탕으로 했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왔으리라 봅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을텐데 부정적인 면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번쯤은 이런 문제를 알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10여 년 전에 벌어진 코소보 사태에서 기독교인들이 이슬람교인들을 청소하겠다고 나선데서 볼 수 있듯이 기독교의 폭력성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교도인 로마 황제에 의해 기독교사가 새로 쓰여지게 되어 결국 예수의 의도가 변질되었다고 보는 겁니다. 로마인은 그리스인에 비해 전쟁의 신 마르스(Mars. 그리스에서는 Ares. 영어 3월 March의 어원이 됨)를 높은 자리에 올려놓은 호전적인 사람들이구요. 종종 로마가 기독교를 통해 세계를 지배했다고 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마지막, 이 영화의 최종 목적지, 성배, 막달라 마리아 얘기가 가장 많은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데요, 그것은 그녀가 예수의 죽음, 매장, 부활 때와 같은 중요한 순간에 함께 했고 평소에 예수가 그녀에게 키스를 많이 했다는 점, 그것을 남자 신도들이 불쾌해 했다는 것, 그녀를 위한 사당이 지중해 주변에만도 50여 개가 있다는 것 등등과 같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녀의 위상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나온 발상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 진위는 시간이 훨씬 지나야 알려지거나 끝까지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진위보다는 영화 전체의 주제에 맞춰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기서 막달라 마리아는 여성성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그가 낳은 자식도 딸이고 마지막 후손인 소피 역시 여성으로 설정됩니다. 랭던은 여성을 기호로 나타낼 때는 여성 몸을 상징화한 V자 모양을 써왔다고 했는데요, 이것을 노자 식으로 해석한다면 받아들여 생명을 만드는, 낮은 자세로 비어있어 겸손함과 포용성을 지닌 그릇의 모양이거나 계곡의 모습이 됩니다. 곧 평화와 생명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성배를 찾아야 합니다. 반면 남성성은 폐쇄, 파괴, 폭력입니다. 포용이 아닙니다. 유일해야 하고 내 것만 맞아야 하고 나와 맞지 않으면 파괴하고 살인도 불사합니다. 이 세상은 무궁한데 하나의 틀을 만들어 놓고 다른 것은 다 틀리다고 주장합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는 프록크루스테스라는 사람이 있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자기 침대에 눕혀보고 침대 크기와 똑같지 않으면 다 죽였다고 하는데요, 댄 브라운에게는 기독교에도 그런 면이 있어 왔다고 보여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작가는 기독교가 이 폭력성 대신에 여성성, 부드러움과 포용성으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것, 즉 초기의 기독교, 유태인만이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폐쇄된 믿음에서 모든 사람이 다 선택받을 수 있다고 한 예수의 개방성, 그 열린 마음을 다시 찾자고 하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신성성을 모독했다고 화를 내기도 하는데, 신성성 모독한 자를 단죄하려면 수많은 신화학자, 역사학자, 문화인류학자들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역사서나 사상서, 인문학 출판물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작가가 비판을 받아야 한다면 지적 탐구심이 왕성한 덕에 그런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점,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점, 용기가 있고 대중과 쉽게 만날 수 있는 베스트 셀러 작가라는 점입니다. 이 설을 제기했다고 해서 그가 다 죄를 뒤집어 쓸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내용으로 봤을 때 작가가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비인간적인 행위나 폐쇄성을 비판한 것이지, 즉 목적이 좋다고 수단 방법까지 다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지, 오랫동안 수억의 인류에게 복음을 전한 기독교 자체를 부정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랭던이 소피에게 결국은 종교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하는 데서 그런 의도를 읽을 수 있지요. 인간이란 아는 만큼 세상을 보고, 보고 싶은 부분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만 성찰할 수 있어도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하는 주장은 상당히 자제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요즘에는 여러 종파의 성직자들이 서로 만나 모임도 갖고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종교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