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상을 가진 민원인이 많다.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돈 있으면 면제고 없으면 군대 가냐?’고 따지는 사람부터 ‘병무청이 하는 일은 다 이 모양이냐!’ 하는 사람까지 그 불만의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특별히 자신들이 피해를 본 것이 없음에도 뉴스나 신문기사를 보고 나쁘게 형성된 병무청 이미지 때문에 화풀이부터 해대고 본다.

민원인이 제일 많이 쓰는 말 중에 하나는 아마 ‘뭐가 날라왔는데요?’일 것이다. 통지서의 제목은 확인도 하지 않고 그냥 뭐가 날라 왔다고 말한다. 예비군의 경우 ‘병력동원소집통지서’를 받아도, 현역병의 경우 ‘입영통지서’를 받아도 1588-9090을 이용하는 민원인에게 그 모든 통지서는 ‘뭐가’에 해당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게 뭐냐고 꼬치꼬치 물었지만 한 3개월 근무하고 나니 인적사항만 보면 척척 안내를 하게 된다. 이런 내용 무관심형 보다 더 심한 것은 관리 무관심형이다. 어떤 민원인은 입영통지서를 아무렇게나 관리하다 3살 짜리 조카가 가위로 잘개잘개 찢었다며 여비를 다시 받게 해달라는 경우도 있었고, 국외여행허가서를 받은 지 몇 시간만에 허가서를 잃어버렸다고 하는 민원인도 있었다.

민원인들 중에서 아주 드물게 관련법을 알아보고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개 전문연구요원들과 의무사관후보생들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들은 병역법 조문까지 말하면서 진땀을 빼게 한 적이 있었다. 한번은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관리 규정 제38조(전직절차) 3항’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벤처기업에 소속된 전문연구요원 때문에 한 15분 가량을 통화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엔 자신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어 상담하면 이해도 빠르고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병역 의무자들 중에는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상담하지 않고 어머니나 누나 심지어 애인을 시키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아들의 주민번호를 물으면 옆에 있는 아들보고 주민번호를 묻는 소리가 전화기너머에서 들려온다. 재학생입영원을 설명할 때면 인터넷에 문외한인 어머니는 그제야 옆에 있던 아들에게 수화기를 넘긴다. 씩씩한 누나와 애인들이 상담원의 이야기를 듣고 ‘야 너 ○월○일날 군대 간대!’하며 의무자에게 전달하는 소리가 들릴 때는 새삼 ‘나약해지는 남성들이 많아지는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