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보충대 실무수습 견학이 있던 날, 그저 오랜만에 떠나는 소풍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쌀쌀한 바람 속에 비라도 내릴 듯한 음산한 날씨 탓이었을까? 초등학교 때의 소풍만큼 흥은 나지 않았지만 동기들과의 짧은 여행의 설레임으로 버스에 올랐다. 창가로 지나가는 풍경들이 새롭고 즐겁다. 바깥으로 시선을 빼앗긴 동안 어느새 춘천에 도착해 있었다. 102보충대 근처의 식당에서 조금 이른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첩 파는 아저씨, 전자시계 파는 아줌마, 머리 깎은 입영자 주위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웅성거림……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야한다는 착잡함,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수년 전 내가 경험했던 그 묘한 감정을 저들도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입영하는 그들이 측은하게 보였다. 입영사무소로 들어가 분류담당관으로부터 입영절차와 자원분류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분류담당관이 여자였기 때문인지 입영부대 분위기가 친절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기간병들의 거친 욕설, 살벌한 분위기로 정말 꼼짝도 할 수 없었던 그 때를 볼 수 없는 것이 왠지 모를 아쉬움(?)으로 남았다. 입영하는 이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개선되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강당에서 입소식을 지켜보았다.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어깨를 두드려 주는 친구들, 여기저기서 외치는 이름 석자, 언제나 똑같은 장면임에도 이름이 불릴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정이라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곳이었다.

’96년 내가 입영하던 때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평소 묵묵하셔서 눈물이라고는 없으실 것 같던 아버지의 붉은 눈을 처음 보았다. 차마 눈물은 흘리지 못하고... 언젠가 나도 저런 모습의 아버지가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했다.
입영절차를 지켜보고 일정에 따라 다시 버스에 올랐다. 병무청 신규직원으로서 내가 처음으로 체험한 것들과 그 느낌들은 오래 남을 것 같다. 특히, 올해부터는 징집분야의 업무가 많이 달라진다고 한다. 법령과 관계규정을 완전히 숙지하여 우리청을 방문한 민원인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나아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병무청의 한 일원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