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시민권이 있는 이중국적자의 수는 지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실, 우리사회 이른 바 지도층인사 자제들의 상당수가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충격적인 사실도 아니다. 때로 이들의 이중국적은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질에 큰 흠결이 되어 등용에서 탈락되기도 한다.

물론 지금은 세계인이 한 이웃이라는 이른 바 지구촌시대를 살고 있는 만큼 세계를 무대로 하여 뛰어야할 젊은 세대에게 ‘우리국민’‘우리국가’만을 강조하는 국수주의적인 사고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한 총리지명자 장남의 국적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 세계화 시대에 사는 이상 이중국적 문제를 비도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중국적을 허용할 경우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만이 70년대 초반 이중국적을 허용한 뒤 화교의 투자가 폭발적으로 일어나 경제부흥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속지주의 국가에서 출생하는 등의 이유로 선천적 이중국적자가 되는 경우 외에는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병역문제 때문이다. 그 나라 국민으로서의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국민으로서 의무를 마땅히 이행하여야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여야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이중국적을 유지하던 상당수 젊은이들이 결국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해버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국적포기가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이제는 나아주고 키워준 모태인 국적도 숙명이 아닌 선택사항으로 옮겨져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고위층 자녀의 이중국적을 문제삼는 것도 세계화 시대의 흐름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적도 쉽게 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도덕성의 우려 때문이다.

김소운의 수필 「목근통신」에는 나라에 대한 숙명적인 사랑을 절절하게 표현한 유명한 말이 있다. “내 어머니는 레프라(문둥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어머니를 클레오파트라와 바꾸지 않겠습니다”
그는, 한 개인에게 있어 조국은 「久遠의 宿命」이며 가난하고 초라하며 보잘것 없는 나라일망정 사랑으로 지켜나가지, 부유하고 강한 나라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

급박한 생존문제도 아닌, 단지 단군이래 반만년을 지켜 온 이 나라의 병역의무가 싫어 국적을 포기한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그의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