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음식 가운데 가장 절묘한 것이 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워낙 맛있는 것들이 많아 떡은 한물간 음식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옛날에 떡은 별미 중의 별미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요한 일, 이를테면 생일, 혼인, 회갑, 제사 등을 치를 때 반드시 필요한 음식이었습니다. 떡은 우리 먹거리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떡살은 절편의 표면에 무늬를 찍어내는 판이며 떡에 살(文樣)을 부여한다는 뜻으로 예로부터 절편에 떡살로 무늬찍는 것을 “살박는다”라고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자기문화와 유래를 같이 한 것으로 추정되는 떡살은 목재에 돋을무늬를 새겨서 그것을 떡에 찍었을 때 음각의 효과를 나타내게 한 것과 음각(陰刻)을 파서 떡에 돋을무늬가 두드러지게 한 것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음각을 새긴 떡살의 수효가 많습니다.
떡살의 재료로는 소나무로 만든 것이 가장 흔했지만 박달나무, 대추나무, 배나무, 호도나무, 피나무, 단풍나무와 같은 잡목들로 만들어진 것도 있었으며 때로는 자기(瓷器)로 만들어진 청자, 백자 떡살도 생산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안동, 예천 지방에서 생산되던 나무로 만든 떡살은 재질도 좋고 문양도 다양해 더욱 각광을 받았습니다. 모양새는 각양 각색으로 장구처럼 생긴 것도 있었고 손잡이가 양쪽에 있는 것도 있었으나 장방형의 연속무늬나 단독무늬의 연속형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떡살 무늬를 보면 우리 조상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비례미(比例美)가 물씬 느껴지는 점(點)과 선(線)에서부터 원앙, 나비, 목단, 물고기, 잉어, 거북이, 연꽃, 국화, 매화 등등 그 문양들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바람과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떡살은 추억의 뒷자리에 묻힌 골동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더러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떡살무늬에 매료돼 떡살을 수집하기는 하되 떡살을 떡에 이용하기 보다 집안의 인테리어용품으로 사용되고있는 실정입니다.

떡살의 문양 또한 특별한 의미가 있어 백일이나 회갑때 사용하는 문양과 의미가 각각 다릅니다. 예를 들어, 백일에는 기쁨을 의미하는 물고기나 파초를, 결혼에는 아들 딸 많이 낳고 잘 살라는 의미로 원앙이나 꽃위를 날아다니는 나비와 석류, 복을 가져다준다는 한쌍의 박쥐 등을 새깁니다. 또, 회갑에는 수복(壽福)문자나 태극 팔괘무늬 그리고 장수(長壽)를 의미하는 잉어나 거북이 등을 떡에 새깁니다.
그러고보면 떡살은 우리 조상들의 간절한 바램을 떡살에 글자와 무늬로 나열한 또 하나의 언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바로 아름다운 무늬의 떡살로 찍은 절편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이밖에 참기름 바른 편떡을 상에 쌓을 때 요철(凹凸)의 성형(成形)으로 미끄러지지 않게 높이 고일 수 있고, 무늬의 분류선에 따라 먹기 좋은 분량으로 자를 수 있도록 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놀라울 뿐입니다. 또 떡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더 나아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미의식(美意識)과 심미안(審美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떡살을 만든 이들의 솜씨는 비록 정교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모든 사람들의 염원을 다양한 의미와 함께 새겼기에 이를 통해 만든 이의 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에 이것을 만들었다고 새기기도 하고 떡살을 주문한 집의 택호(宅號)를 새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코 스스로의 이름을 새기는 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다양한 문양, 다양한 의미를 담았기에 더욱 정겨웠고 배고픈 시절의 역사가 담겨있는 생활 속의 떡살. 떡살은 우리 국민의 음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 60년대 말을 고비로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금은 인사동이나 청계천 골동품상 및 민속박물관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실정이니 못내 아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