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학습!!
일에 쫓기는 나에겐 새로운 일은 새로운 걱정거리이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먼 강원도 강릉 공군 제18비행단으로 체험학습장을 정한 것은 동원과 공군담당업무를 하며 항상 고민거리이자 골칫거리 중의 하나였던 어떤 문제의 열쇠를 찾아 보자는 욕심에서 출발했다.

공군 제18비행단은 강원도 강릉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 예비군 자원 중 한해 약 700명이 통지되고 올해도 417명의 서울지역 예비군들이 훈련을 받는 곳이다. 또 이곳은 너무 먼 거리에 있어 예비군들의 불만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단순히 보고만 올 것이 아니라 예비군들과 함께 직접 훈련도 받아보고 숙식도 해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보고, 느끼고, 개선하라”
그러나 막상 이 큰 목표를 갖고 떠나려니 내 마음은 출발 하루 전까지도 천근만근이었다.
아! 어떻게 느껴야 할 것인가?,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 그러나 욕심을 버리고 생각을 바꿨다. 하얀 도화지로 가서 그림을 그려보자.
정 안되면 동해의 맑은 바다라도 그려오면 되지.

공군 제18비행단으로...
작은 승용차의 비좁은 자리에도 불구하고 하하, 호호, 즐겁게 가다보니 어느새 기분도 가벼워지고 설레이기까지 했다.
도착한 공군 제18비행단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비행단이다.
전화로만 통화하던, 강원도 사투리가 인상적이었던, 동원담당으로부터 환영을 받으며 인도인접을 마치고 우리 팀도 입소식을 준비하였다.
동원담당이 준비한 군복을 입는데..이런! 뱃살을 좀 빼야겠군!
여군 부사관의 군복이라 계급도 중사.. 난 이틀간 김중사다.
“아이고 김중사님 멋지십니다”, “나하사도 괜챦군”
이렇게 너스레를 떨며 서로의 어색한 모습에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군화끈을 동여 메고 군장까지 갖추고 나니 늠름한 대한민국 여군이 따로 없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입소식은 길지 않았지만 군복을 입고 부르는 애국가는 학교 다닐 때 부르던 애국가와는 사뭇 달랐다. 나도 모르게 경건해지고 가슴이 찡 했다.
조금만 더 길었으면 눈물도 찔끔 나올 뻔 했다.
나만 오버하고 있나 하고 체험팀들을 보니 모두들 진지하다.
예비군들이 4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생업도 뒤로 하고 달려오는 것은 단순히 의무감만은 아니리라. 가슴 깊은 곳에서의 나라사랑, 강한 주체의식 때문이리라!
그들을 한 주체로 보기 보다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나를 반성하고 뒤돌아보았다.
입소식을 마치고 인사처장님과 동원담당자와 동원업무에 관하여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체불명의 여군
다음 날 우리는 오전 훈련에 참가하였다.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기지방어 훈련과 10시부터 12시까지 화생방 훈련이었다.
훈련 받을 생각에 아침밥도 든든히 먹었다. 식사 후 마이크는 없었지만 예비군과 미니 인터뷰도 하고 설문조사도 했다.
“식사는 맛있게 드셨나요?”, “오시는데 많이 힘드셨죠?” 등등...
어떤 예비군은, 우리가 군복이 너무 잘 어울려 여군인 줄 알았단다. 병무청에서 이렇게 직접 예비군 훈련에 참가한다는 자체를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예비군들의 불만사항도 경청하고 병무청의 입장과 군부대의 입장도 설명하며 짧지만 편하고 좋은 시간을 가졌다.
식사를 마치고 훈련하는 곳으로 이동 할 때나 휴식시간이면 정체불명의 여군들 때문에 비행단의 사병들은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경례를 씩씩하게 하는 사병들도 있고 인사를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며 어정쩡해 하는 사병들의 모습이 우리는 너무 재미있었다.
나중에는 우리가 먼저 경례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 사병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도 큰 목소리로 우렁차게 경례를 했다.
언제 이런 경험을 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