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면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마음 먹은 대로 되지를 않는다. 현실에서 오는 정신적 중압감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때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휴식을 취한다.
음악은 남루한 일상의 탈출구가 되어주고 있는 것처럼 이제 음악 은 계절에 상관없이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연인끼리 친구끼리 같이 있을 때에도 언제 어디서건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 음악이 없는 삶은 무미건조하다.
모든 예술 중에 우리 생활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분야가 음악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것이 클래식, 째즈, 가요, 테크노 음악이든 장르와 상관없이 어떤 음악도 우리를 열광시키는 것처럼 음악은 화가들에게도 영감을 주어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다.

입체파 화가 앙리 마티스는 자유로운 색채로 자신의 작품에 음악성을 도입한 화가다. 악보와 기타치는 여인을 그려 넣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 [음악]은 자유로운 곡선과 직선의 어울림을 통해 음악적 분위기를 실현한 작품이다.
마티스의 [음악]이라는 작품을 보면 청소년 시절 스타에 대한 동경심의 촉매제가 기타였다. 스타가 되고 싶어 기타를 배우려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악기 중에 우리 생활에 가장 익숙한 악기가 기타일 것이다. 산과 바다가 어느 장소를 가도 쉽게 볼 수 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가 기타다. 여름 밤 모닥불 피워놓고 기타 소리에 친구들끼리 둘러앉아 노래를 불렀던 기억 하나쯤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 추억만으로도 우리들의 젊은 날의 즐거움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무런 걱정도 간섭도 없이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여건만 마련된다면 독방에서 수도사처럼 살아가고 싶다.”
삶이 주는 속박을 피해 그림만 그리고 싶었던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는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에게 아버지는 법관이 되길 원했고 마티스 또한 법률 사무소 서기로 충실하게 일하려고 노력했다. 가족은 희망이자 굴레였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듯 마티스는 서기로 근무하면서도 마음 속의 욕망을 숨기지 못하고 뎃생 수업을 받으면서 그림에 눈을 뜬 것이다. 그의 나이 스물 하나였지만 그림은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철저하게 혼자였던 나는 자유롭고 편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런저런 간섭에 약간은 불안하고 갑갑했다.”
가족의 우려 속에서도 마티스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마티스는 돈을 벌기 위해 복제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던 마티스는 국립 미술협회가 주관하는 살롱전에 작품을 출품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에게 서광이 비쳤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농염하게 피어나는 봄처럼 마티스의 그림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영혼의 속박을 피해 여행을 떠난 그에게 지중해의 햇살은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재충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티스는 기존의 이미지들에서 신선한 영감을 얻으려 했지만 자신의 경험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찾았다.
“그림에는 빛을 발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자기 스스로를 탐구했던 마티스는 끊임없는 여행을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그렸다. 따스해진 햇살과 나른한 공기는 춥고 길었던 지난 겨울의 지루함을 보상해주듯이 자연의 경의로움을 그린 그의 작품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에 충분하였다.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대담한 원색과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그의 작품은 색채가 주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질서를 느끼게 해준다.

마티스가 주는 예술의 꿈은 평형과 순수, 그리고 고요한 예술에 있으며 그의 회화를 전체적으로 볼 때 명확하고 청량하고 또 평형적이며 비선입견적인 데서 그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그것은 더 나아가서 일종의 고전적인라 할 만큼의 질서감을 동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하겠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시도로 그림을 그렸던 앙리 마티스는 작품의 성격과는 다르게 일상생활을 비극적일 정도로 승려적인 고독 속에서 보냈다고 한다.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티스는 작품에 대해서는 많은 글을 남겼다.
“드로잉 작업을 할 때 나의 연필이 종이 위에 남기는 궤적은 어둠 속에서 길을 더듬는 사람의 몸짓과 비슷하다. 내 앞에는 길이 나 있지 않다. 나는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끌릴 뿐이다.”
20세기 미술의 중요 인물 중에 한 사람이었던 앙리 마티스는 운명 같았던 그림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그의 예술세계는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마티스의 창조력은 회화를 뛰어넘어 타피스트리, 도예, 조각, 벽화, 종이 오려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그의 시각적 지평은 확대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