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
의 말로 끝을 맺는 이 영화는 일곱 커플이 칠일 간에 겪는 이야기를 다중스토리 구조로 담은 작품입니다. 2년 전에 개봉되었던 영국 영화 [러브 액추얼리]와 구조나 주제가 비슷한데요, 여러 커플로 이루어진 등장인물들이 알게 모르게 얽히는 구조나, 힘겨운 삶 속에서도 사랑을 찾고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러브 액추얼리]가 유럽적 정서를 지닌 반면에, [내 생애...]는 한국적 감성을 담았기 때문에 좀더 찡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20년째 단관 극장을 운영하며 지내는 고집불통 구두쇠 곽회장이 사랑하는 간이 커피점 주인 오여인의 모습을 영화관에서 영상으로 내보내는 장면입니다. 몽타쥬 형식으로 오여인의 일상을 담은, 그러나 불혹의 나이에도 연기자의 꿈을 잃지 않는 여전히 아리땁고 우아한 그녀의 모습을 담은 이 장면은, 오드리 헵번이 주연했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나왔던 감미로운 음악 [문리버]와 절묘하게 매치가 되어 진정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중년의 모습이, 중년의 사랑이 저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동안 본 영화 중에서 중년을 가장 아름답게 그린 장면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렇게 고통과 슬픔의 갈등 속에서도 살아갈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니체는 “몇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라고 했을까요? 우리 속담에도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고 했는데요, 어느 누구도 인생에 대해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참고 살아가지만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끔찍하다고 할 사람도 있고, 그저 살아갈 만 하다고 할 사람도 있고, 너무 행복해서 시간이 가는 게 아깝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어떻든 우리 모두는 일단, 지구라는 별에서 인간의 삶을 사는 동안 만큼은 조금이라도 행복해지고자 노력합니다.

비바람 속에서도 가느다란 불빛이 보인다면, 보이지 않는다면 환상으로라도 빛을 만들어, 그걸 희망 삼아서 말이죠. 아마도 김종길 시인도 이런 마음으로 ‘설날 아침에’라는 시를 썼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마침 새해도 오고 하니까 소개합니다.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