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수역이라는 공간을 매일 매일 다른 색으로 물들이는 그 수많은 삶의 모습들과 함께 하며 세상을 보고 배운다. 그리고 그 세상과 더불어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가야할 길은 어디인지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다.
공익근무요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한정되어 있고, 작은 부분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친절을 통해 작은 웃음 하나 선사하는 일은 작기는 하되, 세상을 움직이는 데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가치 있는 것이다. 일종의 나사못의 역할이라 할까.
안도현 시인의「버릴 것 하나 없으니」라는 시가 있다.‘ 나사못 하나가/ 기관차를 달리게도 하고 멈추게도 한다 / 나사못이 기관차를 끌고 간다. // 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사물은 / 하나도 없다. / 이 세상에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아무리 작은 일이더라도 타인과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한 부분을 맡아 할 수 있는 나사못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친절한 최요원은 까마득한 소집 해제 그 날이 오더라도 친절한 최요원으로 살겠다는 마음가짐 하나 가지고 사회로 나갈 거다. 아무렴.공익근무요원 생활이 끝날 때까지 지하철 노선도 정도는 다 외우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뿐이라면 너무 허무하고 우울하겠다. 아무리 나사못이라도 튼튼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법. 항상 요행과 뺑끼뿐이었던 인생 위에 성실과 노력이라는 물감으로 덧칠해야 한다. 그러기에 공익 근무요원 생활은 너무도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Click, 리셋. 친절한 최요원은 바로 지금, 인생의 리노베이션을 꿈꾼다.

무지개 너머 그리던 곳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확실해 보였고, 확신과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그러나 길이 그것만 있는 건 아니라고, 또 레일에 닿은 그 곳이 정말로 가고 싶은 길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 순간, 버스를 타보기 시작했고, 택시를 타기도 했고, 타볼 수 없는 것을 빼고는 모두 타보기 시작했다. 즉, 정해진 선에서 이탈한 것이다. 열차가 탈선하면 대형사고이지만, 인생의 탈선은 새로운 기회다.
탈선하는 순간, 이전의 방향은 상실되고, 목표는 삭제되었다. 어디로 가야할까, 북극성만 보고 사막을 탈출한 사람처럼 그 길을 좇아볼까,
아니면 모래바람처럼 소용돌이로 맴돌까, 아니, 가긴 어딜 가, 그냥 가만 앉아 뻣뻣한 주검으로 묻혀버릴까, 가득한 고민들을 안고 돌아왔다. 여기, 온수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