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도대체 누가 나한테 이불을 덮어준 거지? 아침에 주사를 놓으러 들어온 간호사의 말을 듣고 비로소 알게 되었다. 숙직하던 입원실 간호사가 덮어주고 갔다는 것을... 작은 관심이지만 그 성의가 너무나 고마웠다. 자신도 밤새워 숙직을 하려면 피곤할 텐데, 나까지 이렇게 챙겨주시고...
하루 중 제일 힘든 시간은 식사 시간이었다. 밥과 국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나왔다. 입덧도 이렇게 심하게 하진 않았었는데... 밥과 국을 한두숟갈 정도 뜬 후 바로 바깥으로 내놓았다. 눈물을 삼키고 먹으려고 먹으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미역국 보기만해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다리에 힘은 풀리고 눈은 쾡하니 풀리고 진짜병든 닭 같았다.
이렇게 힘든 일주일을 보내고 드디어 퇴원하는 날이 다가왔다. 여전히 몸상태는 안 좋고, 음식을 먹기도 힘들었지만, 처음 이틀보다는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아침부터 옷가지를 챙기고 퇴원절차를 밟는다고 바쁘게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간호사가 조용히 병실에 들어오더니, 나한테 예쁘게 포장된 선물 하나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경희씨한테만 주는 거니까 다른 산모들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하며 미소를 짓고는 나가셨다.나는 얼떨결에“아..네..”하며 선물을 받아들었다. 이게 뭐지... 정성스레 포장된 선물을 뜯으니 조그만 아기 양말 2개와 편지가 하나 적혀 있었다.편지에는 정성스럽게 또박또박 쓴 글씨가 한 눈에 들어왔다.
대충의 내용은 아기를 키울 때 주의사항과 나의 힘든 산후생활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이었다.갑자기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무리 친절한 간호사라도 이렇게 한사람 한사람까지 다 챙겨주기는 힘들 거 같았다. 진심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지않는 한...친절이라는 것은 향수와 같다. 향수를 뿌리면 그 향기가 주위 사람들한테만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을 주어 기분을 좋게 해준다. 친절이란 것도 이와 같지 않을까? 친절을 베풀면 친절을 받은 사람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친절을 베푼 자신이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나한테 정성과 친절을 베푼 그 간호사도아마도 나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느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나는 업무를 함에 있어서 민원인에게 얼마나 친절을 베풀었던가. 내가 화나고 짜증나는 일이 있다고 해서 민원인에게 그 화풀이를 하진 않았던가. 친절이란 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실천하기가 힘들다. 마음은 그렇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쑥스럽기도 하고... 내가 간호사에게 이렇게 친절한 호의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그 간호사와 같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누구에게든 친절을 베푼다면 화낼 사람도 짜증낼 사람도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고 마음이 찡한 그런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