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도 넘는 멋진 오빠들이 경례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나를 위한 경례는 아니었지만 너무나 근사한 장면이었다.
지금까지 하나도 잊지 않고 생각이 날만큼 멋진 장면이었다.
영화에서 본 장면이 아니다.
바로 논산훈련소에서 만난 풍경이었다.

그 곳에 간 일은 정말 우연이었다. 일 때문에 논산훈련소로 취재를 간다는 아빠를 졸라 따라나섰던 그때,
나는 그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냥 새로운 곳에 간다는 즐거움에 들떠 있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나는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들어오는 입구는 물론 훈련소로 가는 길까지 가득 차 있었다.
사람들 사이사이로 모자를 쓰거나 머리가 짧은 오빠들이 보였다.
아빠께 저 오빠들이 누구인지 물어보았더니 아빠는 대한민국의 군인이 되기 위해 온 청년들이라고 대답하셨다.
그런데 내 눈에는 장난기 많은 오빠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우리나라의 군인이라면 더 늠름 하고 용기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빠가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하고 있을 때 나는 아빠가 정해준 자리에 앉아 군인 아저씨들의 음악공연을 듣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다보니 박수를 치게 되었다. 신나는 노래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박수만 치고 있었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손을 잡고 있었다. 나도 옆사람 아무라도 손을 잡고 싶었다.

공연이 다 끝나갈 때쯤 돌아온 아빠를 따라 운동장에 갔다.
운동장은 우리 학교보다 몇 배는 컸다. 안내방송이 들리자 모두 운동장으로 몰려들었다.
깃발을 든 군인아저씨들과 군악대 아저씨들, 훈련소에 들어온 오빠들이 모두 모이니 그렇게 크던 운동장이
조금씩 좁아지기 시작했다. 오빠들은 가족들과 헤어지기 전 가족들을 안기도 하고 손을 잡기도 했다.

심지어 우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왜 우는지 몰라서 그냥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아빠가 왜 울고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셨다. 지금 여기에 온 오빠들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기 위해
한동안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그리고 나서 진짜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려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져야 한다고, 그 소리를 들으니 나도 슬퍼졌다.

그리고 집에 있는 엄마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제야 왜 사람들이 오빠들과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후부터 내 눈에 오빠들이 멋지고 용기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 ‘우리나라의 군인이라면 더 용기있고 늠름해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 정말 미안했다.
여기 온 오빠들은 모두 가족들과 헤어지더라도 우리나라를 지키겠다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제일 멋졌던 것은 오빠들이 우리 쪽을 보고 씩씩하게 경례를 한 장면이다.
맨 마지막에 한 경례는 힘들어도 열심히 우리나라를 지키겠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는 군인 아저씨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내가 좋아하는 스타 현빈 오빠가 해병대에 입대했다. 나는 TV로 그 모습을 보았다.
굉장히 멋져 보였지만 지난번에 본 오빠들도 현빈 오빠 만큼이나 멋지게 내 기억에 남아있다.
지금쯤 그 오빠들도 진짜 군인이 되어 있겠지.

나는 군인아저씨들께 감사하단 말을 하고 싶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처럼 무서운 일이 일어나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은 군인아저씨들 덕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