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에서 한 겨울에 열렸었던 산천어 축제가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3월에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가족은 봄맞이 여행으로 화천으로 갔다.

화천으로 가는 도중에 아빠가 청년시절 군복무를 하였던 7332부대에도 가보기로 했는데 아빠는 춘천에 진입하면서부터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맞아! 여기야! 이건 그대로네. 이 길은 넓어졌는데, 와~ 없던게 생겼어.” 하시며
내가 소풍 갔을 때 하는 것처럼 즐거워하셨다.

부대에 도착해서 정문 앞에 멋진 군인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눈 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사진 촬영은 할 수 없다고 하셔서
내 마음 속에만 아빠의 추억을 담아 왔다. 차안에서 다음 목적지를 가는 중에 형과 나는 사람도 별로 안다니는 곳에서
계속 서있어야 하는 군인아저씨의 모습에 군대를 안 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와 버렸다.

우리의 대화를 들으시던 아빠는 화천에 잠깐 들릴 곳이 있다고 하시며 우리를 ‘파로호 안보 전시관’으로 데리고 가셨다.
할아버지 한 분이 조용이 지키고 계셨던 전시관 안에는 파로호 전투에 대한 이야기와 많은 전쟁기록, 사진자료
당시 사용되었던 무기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실적인 사진과 기록들은 좀 무서웠고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이 슬펐다.

파로호 전투는 1951년 4월 19일부터 5월 20일까지 1개월에 걸쳐 국군 6사단, 해병대 1연대 장병들이 유엔군의 지원을
받으며 중공군 제 10. 25. 27군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여 중공군 3만 여명을 파로호에 수장시킨 전투라고 한다.

화천을 물의 도시라 부르며 아름답고 평온하게만 보였었던 파로호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파로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왠지 쓸쓸하고 사진 속에 있었던 군인아저씨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아빠는 군인이 된다는 것, 병역의 의무를 다 해야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며
아빠도 직접 전쟁을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병역의 의무로 춘천에서 군 생활을 하시며 나라에 대한 마음, 가족에 대한 마음,
친구에 대한 마음 등이 많이 변했으며 내가 나라를 지켜야 나의 주변 나아가서는 우리나라가 편안할 수 있고
발전도 할 수 있는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나와 형도 이제는 아빠의 말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산천어 축제 현장에 도착해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현재 화천에 살고 계시는 이외수 작가님도 나와 계셔서 기념촬영도 하게 되었다.
나도 즐거웠지만 사람들은 산천어를 잡으며 또 잡은 생선을 구워먹으며 좋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것도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란 생각에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봐도,
잔잔히 흐르는 물을 바라봐도 왠지 마음 한 쪽이 허전하단 생각이 들었다.

난 이제는 병역의 의무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말해줄 수 있다.
나라를 지킨다는 일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이며 중요하고 꼭 해야하는 일인지..
그럴만큼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곳 인지 말이다.
이번 여행은 나의 마음을 넓게 키워준 소중하고 아름다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