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장래희망은 달모양이 하루하루 변하듯이 자주 변하였다.
꿈속에서는 우주선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기도 하고, 부검을 해서 과학수사에 도움을 주는 의학자가 되기도 하고,
‘박지성’ 같은 축구선수가 되기도 했다. 소방대원 아저씨가 불끄는 시범을 보여주시는 모습을 보고는
소방관이 되어야겠다고, 살인자를 잡아낸 경찰관을 보고는 경찰관이 되어야겠다고,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선원을 구출한 군인아저씨들을 보고는 군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자라나면서 의사, 과학자, 연예인이 되겠다는 아이들의 수는 풍선이 부풀듯 커져 가는데
소방관, 경찰관, 군인이 되겠다는 아이들의 수는 바람 빠진 공처럼 줄어들고 있다.
의사, 과학자, 연예인들은 인기도 많고 존경도 받고 멋져 보이지만 소방관, 경찰관, 군인은 힘들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장래희망은 달의 모양이 바뀌듯이 바뀔 수 있지만, 지동설처럼 바뀔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들이 20살이 되어 군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7년 후면 군인이 된다. 무척 설렌다.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가짜 총으로 했지만 군인이 되면 진짜 총을 만질 수 있고 높은 곳에서 줄을 타고
떨어지는 훈련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군대에 가기 싫어하는 걸까?
나도 군대생활이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서바이벌 게임보다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보다
초록색 옷에 갇혀 잠과 싸우고 더위와 추위와 싸우고 여러가지 욕구와 싸워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과 싸워 이기기 때문에 군인들은 강한 정신과 강한 신체를 가져서 나라를 지킬 수 있다.

요즘 우리들은 학교에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배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조선때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군대의 힘이였던 것 같다.
고조선때는 그 강했던 한나라의 침입도 물리쳤고,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중국을 무릎꿇게 했던 것도 다 군인의 힘이였다.
농사를 짓다가도 나라가 위험하면 16살부터 60살까지 평민들이 쟁기 대신 창을 들고 나라를 지켜냈다.

그렇게 우리나라를 지켜오던 군대가 1907년 수류탄 파편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부터 광복군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33년 동안 우리는 군대없이 일본의 총과 칼의 위협속에서 노예가 되어야만 했다.

대통령은 그 나라의 지도자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업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에게는 국군통수권이 있다. 군인이 없으면 나라가 존재 할 수 없다.
아무리 세계가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경제가 발전해도 군대는 나라를 지켜내는 중심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마그마가 끓고 있는 백두산처럼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의 핵 실험, 미사일 실험, 천안함 사고와 연평도 사건은 언제라도 전쟁이 일어나 우리나라를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뒤흔들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낮아서 앞으로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군인의 수도 감소할 것인데, 거기다가 군대를 가지 않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군인의 수는 더 적어질 것이다.
나라를 튼튼하게 받치고 있던 군인의 수가 줄어들면 나라는 지금 한창 내 입속에서 흔들리는 어금니처럼
중심이 흔들흔들 거리다가 뽑힐지도 모른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 할 수 있었던 힘은 신라의 청년 화랑에게서 뿜어져 나온 것 같다.
화랑은 대의를 존중하여 의에 어긋나는 일은 죽음으로서 항거하고 국가를 위하여 싸우다가 전사함을 도리라고 생각했다.

1000년 동안 흘렀던 화랑정신을 다시 우리 몸에 흐르게 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
지금 봄 하늘의 구름, 바다의 파도, 산의 푸른 나무들은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저 구름 너머, 파도 너머, 산 너머 열심히 훈련하는 군인아저씨들의 선물을 우리는 감사하게 여겨야겠다.